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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포도밭출판사
2016. 11. 21 / 145×210mm / 284쪽 / 16,000원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끝나지 않은 프랑스 현대사상의 모험 지은이: 오카모토 유이치로 옮긴이: 차은정 보도자료 대담한 기획, 최고의 프랑스 현대사상 통사 이 책은 20세기 세계 사상사를 주도한 프랑스 현대사상가들의 이론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읽도록 안내한다. 레비스트로스에서 라캉, 바르트,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가타리, 데리다까지, 나아가 장뤽 낭시, 자크 랑시에르, 베르나르 스티글레르까지, 프랑스 주요 사상가들의 이론을 섭렵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은 누구인가’, ‘사회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같은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데 탁월한 길잡이 역할이 되어준다. 이 책은 매우 드물게도 프랑스 현대사상을 통사(通史)로 해설하고 있어서 너른 시야에서 사상의 궤적을 명쾌하게 조감하도록 하는 장점을 가졌다. 일본에서 출간 당시에 “프랑스 현대사상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한 권” “깊은 학식이 뒷받침된 비범한 책” “새로운 시점에서 프랑스 현대사상을 재고하는 역작”이라는 등의 높은 평가를 받은 화제작이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가도 넌센스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어렵고 모호한 내용들 탓에 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프랑스 현대사상을, 맥락과 의미를 짚는 해설을 통해 명쾌하게 이해시키고, 그로부터 근대를 넘어선 포스트근대를 가늠해보도록 이끌어간다. ‘근대’의 문제에 정면 도전한 프랑스 현대사상가들, 이들의 끝나지 않은 모험 레비스트로스, 라캉, 바르트,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가타리, 데리다 … 한때 이 이름 중 하나라도 언급하지 않고서는 지식인 세계에서 폼(?)을 잡기 어렵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프랑스 현대사상의 영향력과 입지는 대단했다. 하지만 프랑스 사상의 주역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두껍고 난해한 철학서를 들춰보는 독서 인구도 줄어들면서 이 이름들이 언급되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소위 ‘위대한 사상의 시대’를 이끌던 프랑스 현대사상은 이제 관심 밖으로 폐기되고 만 것인가? 이 책의 저자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책의 서두에서 이런 의문을 던진다. “21세기에 접어든 후 데리다와 레비스트로스가 사망하며 프랑스 현대사상도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 왜 프랑스 현대사상사를 써야 하는가? 프랑스 현대사상은 그 역할을 끝냈고 이미 현실성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이내 의문을 반박하며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 현대사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지도 않았다. 프랑스 현대사상가들이 질문하고 해명하고자 한 문제는 여전히 현대세계의 중심문제로 자리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현대사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파고들며 현대세계의 중심문제를 사상의 무대로 끌고나온다. 프랑스 현대사상 전체를 ‘근대를 비판하며 근대를 넘으려 한 도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프랑스 현대사상 전체를 재고한다. 한편 앞서의 지도적 사상가들이 자신의 이론을 마무리 짓고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한창 이론을 개진하던 중에 떠났기 때문에 계승 작업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사상가들의 이론이 어느 지점에서 멈춰버렸는지를 꼼꼼히 짚어나간다. 나아가 ‘기호적·언어론적 전회(轉回)’로부터 시작된 프랑스 현대사상이 지금은 ‘기술적·미디어론적 전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지적하며 새로이 전개되는 사상의 흐름으로서 ‘미디올로지’를 소개하고 있다. ‘68년 5월 혁명’ ‘솔제니친 사건’ ‘소칼 사건’ … 사상이 깃든 시대, 시대가 깃든 사상을 읽는다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는 사상 및 철학 이론에 대한 해설서에 그치지 않고 사상이 전개되던 당대의 시대적 맥락까지 상세히 소개한다. 1968년 봄부터 시작해 5월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68년 5월 혁명’과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가 발표되고서 벌어진 유럽 사회의 동요, 그리고 뉴욕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앨런 데이비드 소칼이 벌인 지적 사기를 일컫는 ‘소칼 사건’의 충격 등의 면면히 소개된다. 사상이 시대에 깃들고, 시대에 사상이 깃든다는 관점 하에서 사상과 시대의 맥락을 별개로 떨어뜨리지 않고 하나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저자의 다음과 같은 관찰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 철학 특유의 비유적이고 모호한 언어의 남발, 즉 ‘프랑스 철학은 알고 보면 죄다 말장난 아니냐’는 식의 의문을 낳는 언어에 대해 저자는 이러한 설명을 내놓는다. 프랑스 사상계가 한편으로는 매력이고 한편으로는 반발을 일으키는 특유의 ‘에크리튀르’를 고수하는 까닭은 분석적인 영미 철학과 아카데믹한 독일 철학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264쪽)이라는 것이다. 갈수록 혼돈이 예고되는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철학적 작업, 도래할 사회를 가늠하기 위한 길잡이로서의 사상사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포스트모던의 사상적 근거: 9·11과 관리사회』를 통해 들뢰즈, 푸코, 데리다의 이론을 통해 현대의 관리사회론을 논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헤겔과 현대사상의 임계』를 통해서는 ‘매우 독특하고 자극적인 헤겔론을 제시했다’고 상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오랫동안 강단에서 영미철학, 독일철학, 프랑스철학 등을 두루 가르친 이력을 바탕으로 현대 철학자들의 다양한 이론적 조류를 전 세계의 사상사적 맥락에 위치시키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쳐왔다. 갈수록 혼돈이 예고되는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철학적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최근에 펴낸 『지금 세계의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것(いま世界の哲学者が考えていること)』이 현재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사상 및 철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도 그러한 시대적 요구의 방증이 아닐까 싶다. 차례 시작하며 프롤로그_ 프랑스 현대사상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장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란 무엇인가 1 구조주의는 어떻게 성립되었나 2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3 구조주의의 범위 2장 구조주의적 사상가들의 흥망_ 라캉, 바르트, 알튀세르 1 프로이트로의 회귀와 구조주의_ 라캉 2 현대의 신화와 텍스트 이론_ 바르트 3 마르크스주의의 구조론적 전회_ 알튀세르 3장 구조주의에서 포스트구조주의로_ 푸코 1 소외론에서 서양 근대이성 비판으로 2 구조 없는 구조주의 3 권력론의 아포리아와 주체·윤리로의 회귀 4장 인간주의와 구조주의의 너머로_ 들뢰즈·가타리 1 ‘안티 오이디푸스적 삶의 방식’ 선언 2 욕망에서 리좀으로 3 관리사회론의 충격 5장 탈구축과 포스트구조주의의 전략_ 데리다 1 탈구축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2 탈구축의 전회와 우편 모델 3 탈구축의 정치화 6장 포스트구조주의 이후의 사상 1 프랑스에서 ‘프랑스 이론’이 퇴조하다 2 정치사상의 재구축을 향하여 3 포스트 ‘포트스구조주의’와 미디어론의 구상 에필로그_ ‘프랑스 현대사상’은 끝난 것인가 끝내며 옮긴이의 말_ 근대 비판의 사상을 통해 근대를 넘어서다 찾아보기 책 속에서 이 책은 프랑스 현대사상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칙적으로 각각의 사상 전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나아가 각각의 사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비판이나 반론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충분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단순한 소개로는 사상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과 평가가 불가피하며 이것을 뺀 객관적인 기술은 불가능할 것이다. (…) 이 책의 특징은 각각의 사상을 이른바 외부에서 조망하려는 태도 속에 상대화한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각각의 사상가(예를 들어 레비스트로스, 푸코, 데리다 등)에 대한 책은 대체로 그 사상가를 내부에서(즉 그 사상가에 공감하면서) 서술해왔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사상사이면서도 그 누구의 사상에 관여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외부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6쪽) ‘프랑스 현대사상’이라는 것은 구조주의에서 시작해 포스트구조주의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전개를 포함한다. 이때 공통의 지표가 되는 것은 ‘근대를 다시 묻고 그것과는 다른 가능성을 구상하는 사상’이다. ‘현대사상’이라는 것은 ‘근대 비판의 사상’으로 존재해왔다. ‘프랑스 현대사상’가들은 각각의 연구영역에 따라 다양한 논의를 전개해왔는데, 근대 비판의 사상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258~259쪽) 들뢰즈·가타리에 따르면, 철학의 작업은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다. 즉 언제나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 철학이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의 ‘코기토(나는 생각한다)’, 칸트의 ‘비판’, 헤겔의 ‘정신’ 등은 그러한 새로운 개념의 창조라고 부를 수 있다. (…) 들뢰즈·가타리가 개념(콘셉트)이라고 부른 것을 여기서는 ‘사상의 렌즈’라 부르기로 한다. 새롭게 창조된 개념에 의해 사고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안경’을 착용함으로써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사상가들은 ‘사상의 렌즈’를 창조하고 ‘이것을 통해 세상을 보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프랑스 현대사상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발상(콘셉트)의 렌즈를 만들어냈다. 각각의 사상가들은 각각의 독특한 ‘사상의 안경’을 창조하여 그것을 착용해서 세상을 보라고 제창한다. (261쪽) 1960년대 이후 프랑스의 지식계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필두로 새로운 지식의 거대한 흐름이 창출되었다. 이 흐름은 라캉, 바르트, 푸코, 들뢰즈, 알튀세르, 데리다를 거쳐 1980년대까지 유럽사회에서 지식의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한국사회에 이 흐름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며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90년대 이후이다. 그런데 그 유입 과정을 살펴보면 지식의 계보를 밟아나가기보다 그 시대적 맥락이 사상된 채 개개의 이론을 명제화하는 경향이 강했다. (…) 1990년대 초반 대학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사회구성체 논쟁’에서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이 차지한 위상이 그러했고 2000년대 초반 ‘노마디즘’으로 ‘각색’되어 지식계에 회자된 들뢰즈의 이론에 대한 인식이 그러했다. 이 속에서 우리의 질문은 왜 그들이 그러한 이론을 주장했는가에 있지 않았고 어떻게 그 이론을 한국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 현실에 대한 사유가 현실과 이론의 관계에 대한 사유로 변질된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273~274쪽) 지은이 오카모토 유이치로 岡本裕一朗 1954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1984년 규슈 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규슈 대학교 문학부 조교수를 거쳐, 현재 타마가와 대학교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철학과 윤리학이다. 지은 책으로 『포스트모던의 사상적 근거』, 『헤겔과 현대사상의 임계』, 『12살 이후의 현대사상』, 『네오프래그머티즘이란 무엇인가』, 『사고체험』, 『현대 철학 로드맵』, 『지금 세계의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것』 등이 있다. 옮긴이 차은정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규슈 대학교 한국연구센터 방문연구원과 히토쓰바시 대학교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식민지의 기억과 타자의 정치학』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숲은 어떻게 생각하는가』(근간), 『지구화 시대의 문화정체성』(공역)이 있다. 현재 ‘식민지 이후의 식민지’를 주제로 역사의식과 신화세계를 연구하며, 서강대학교,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강의한다.
-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11-3 (03800) 출간일: 2020년 7월 10일 정가: 20,000원 제본: 무선 쪽수: 420쪽 판형: 128×188mm 분야: - 문학 > 장르소설/여성소설/과학소설(SF) - 문학 > 비평/창작/이론 - 인문학 > 영미문화론 - 인문학 > 인문비평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지은이: 조애나 러스 옮긴이: 나현영 “조애나 러스의 글들은 어처구니없는 관습과 편견에 맞선 20세기 장르 문학사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유효한 현재형의 질문이자 선언이다” - 듀나 (SF 작가) “조애나 러스는 어째서 여성이 SF를 사랑하는가를 거침없이 말한다. 여성은 SF라는 매개체를 통해 실재하는 다른 세계를 꿈꾼다. 어느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는 세상을. 모든 규칙이 달라진 세상을.” - 김보영 (SF 작가) 책소개 SF 작가이자 비평가, 페미니스트이자 퀴어 활동가였던 조애나 러스의 SF 비평집. SF 장르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현대 문명과 페미니즘, 여성의 글쓰기와 같은 주제를 SF 장르를 통해 사유한 조애나 러스의 대표적인 글들을 모았다. 거침없는 분석들이 주는 깨달음과 즐거움, 그 속에 가득한 위트와 유머가 독보적이다. 러스는 SF가 젠더 역할과 문화의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정한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억압과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여성들, 그리고 SF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모든 SF 작가와 독자 들에게 남겨진 귀중한 유산이다. 보도자료 낡은 관념들을 박살내는 ‘환상적인 분노’의 통쾌함 “당신의 분노에서는 혁명의 냄새가 납니다. 아니, 아주 오래 묻혀 있다가 막 폭발하려고 부글거리는 화산의 냄새가 나요.” ― 1973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조애나 러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조애나 러스가 SF 장르에, 특히 페미니스트로서 SF 장르에 기여한 바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뉴욕 타임스》는 2011년의 부고 기사에서 그를 “SF의 가장 낯선 외계 생명체, 즉 여성에게 SF를 전달해 준 작가”라고 칭했다. 러스는 페미니즘 SF의 선구자이며 1970년대에 꽃 핀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이끈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자신의 소설과 비평을 통해 SF 장르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현대 문명과 페미니즘, 여성의 글쓰기와 같은 주제를 SF라는 양식을 통해 사유했다. 조애나 러스의 문장은 명징하다. 그리고 명징한 문장은 명징한 사고와 짝을 이룬다. 그는 난독을 부르는 애매모호함을 경멸하며 이 애매모호함이 결국은 남성 연대와 남성 신화를 강화하는 신비화의 전략임을 폭로한다. 러스는 예리하고 엄밀한 분석으로 이 신비화된 낡은 신화들을 해체하는 데 열정을 쏟는다. 러스의 작업은 독자에게 깨달음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안긴다. 거침없는 분석들이 주는 깨달음과 즐거움, 그 속에 가득한 위트와 유머는 조애나 러스의 비평이 가진 독보적인 성격이다. 또 우리는 러스로부터 특별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앎과 삶을 연결시키려는 열정이다.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기’, 경험한 세상을 ‘다시 보기’, 그리고 이렇게 인지하게 된 현실을 명징한 언어를 통해 표현하기. 이는 러스가 자신의 비평에서 실천해 온 것들이다. 러스는 이 작업을 하면서 드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고 또 당연히 분노해야 함을 일깨웠다. SF를 비평하면서 각종 차별과 배제들,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신비화, 젠더 고정관념과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남성 신화들에 분노하고 저항한 것은 러스에게 있어 SF 장르 역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실천들의 장이었던 까닭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양식으로서의 SF가 과거의 억압과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은 러스가 여성들에게, 그리고 SF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모든 SF 작가와 독자 들에게 남긴 귀중한 유산이다. SF를 무대로 일어난 1970년대의 성 전쟁 노출증 환자들의 승리 대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성차별주의적인 이야기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모두 베텔게우스계 행성에 사는 결정형 생명체라 해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작가와 독자는 인간이니까요.” - 페미니즘 계간지 《퀘스트(Quest)》와의 1975년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SF 비평은 본격적으로 조애나 러스로부터 시작되었다. 러스 이전에도 작가 개인이나 SF 전반의 성차별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는 남성 비평가들은 있었으나 이들은 1970년대부터 어슐러 K. 르 귄과 조애나 러스, 마지 피어시 등이 불을 댕긴 긴급한 문학적 변화들을 당대의 혁명적 언어인 페미니즘으로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러스는 제아무리 먼 미래와 먼 은하를 배경으로 경이로운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펼쳐 보이는 SF라도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있어서는 교외에 사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젠더 고정관념을 답습함을 비판하면서, 이를 SF적 상상력의 ‘실패’로 규정한다.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의 충돌은 SF 공동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당시에는 남성 작가로 알려져 있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작품을 제외하고) 안티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성 전쟁을 다룬 10편의 작품을 비판하는 “4장 사랑은 여자를 정복한다: SF에서 일어난 성 전쟁”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활화산 같은 러스의 분노가 이 어리석은 ‘부족’들을 활활 태우는 현장을 보게 된다. 여성이 지배하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세계에서 남성 성기라는 ‘성물’의 소유자들이 ‘자연의 승리’를 하게 되어 있는 이 작품들에 러스는 ‘성기 노출증 환자들의 소설’이라는 절묘한 이름을 붙인다. “10장 최근 유행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 대하여”에서는 같은 성 전쟁을 다루면서도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모니크 위티그의 《게릴라들》,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와 같은 이 작품들은 새뮤얼 딜레이니의 《트리톤》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 작가가 썼으며, 계급과 정부가 없고, 생태주의적이며 동성애, 이성애, 난혼, 한 여성이 다른 여성과 함께 아기를 갖게 하는 재생산 기술 등 다양한 출산과 양육의 방식이 있는 사회를 보여 준다. 러스는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SF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며, 유토피아를 향한 충동 뒤에는 누군가의 고통이 감춰져 있다고 말한다. 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의 주인공들은 계급과 성, 인종차별을 포함하는 현실의 고통과 대면하며 저항한다. 우리가 맛볼 수 있는 것은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과 함께 평행진화해 급진적 유토피아주의로 폭발한 여성 문화의 진수다. 문화의 성은 남성이다. 낡은 신화를 이용하는 한 여자는 쓸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신화라면? “그것은 내 무게 중심을 ‘그(Him)’에게서 ‘나(Me)’로 옮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이것이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인 당신이 여성이라면 말이에요.” - 페미니즘 계간지 《퀘스트(Quest)》와의 1975년 인터뷰에서 1부가 주로 SF와 관련된 비평들을 담고 있다면 2부에서는 여성의 글쓰기를 주제로 SF와 모던 고딕이라는 여성 로맨스 장르, 윌라 캐더와 샬럿 퍼킨스 길먼 같은 여성 작가들을 다룬다. “7장 여주인공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는 여자는 왜 글을 쓸 수 없는가”에서 러스는 서구 문학의 플롯은 사실 거의 모두 남자 주인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나운 짐승을 때려눕히고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하는 이야기, 영웅적인 전투에서 승리하는 이야기, 순진한 여자를 유혹해 임신을 시키는 나쁜 남자의 이야기,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으나 술독에 빠져 지내다 요절한 전설이 되고 마는 시인의 이야기는 모두 남성의 신화다. 즉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문화의 남자와 여자는 단일한 관점에서 문화를 상상한다. 바로 남성의 관점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페이, 헤밍웨이의 소설 〈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에 등장하는 매컴버의 아내, “6장 소년과 개: 최종 해결”에서 할란 엘리슨 원작의 동명의 영화에 등장하는 퀼라 준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여자 주인공들은 결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의 이미지에 불과하다. ‘잡년 여신’이 아니면 처녀 희생자로 이분되는 이 여주인공들에게는 어떤 내면도, 동기도 없는데, 이는 이들이 실은 인격이 아니라 투사된 소망이나 두려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남성 신화를 이용하기를 거부한 여성 작가들은 어떤 소설을 쓸 수 있는가? 러스는 버지니아 울프처럼 플롯 없이 서정적인 구조를 쌓아올리거나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처럼 자기 삶에서 길어 올린 구조를 모델로 삼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여성 작가들은 “11장 ‘여자처럼’ 글쓰기”의 윌라 캐더처럼 자신의 주인공에게 남성의 ‘가면’을 씌우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9장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에서 우리는 여성 작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약속하는 신화가 태어나는 순간을 목격한다. 메리 셸리는 견딜 수 없는 현실에서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도피자였기에 지금 여기를 담을 수 없거나 담으려 하지 않는 감수성의 통로를 찾아 헤맸다. 바로 《프랑켄슈타인》과 《최후의 인간》의 세계, 오늘날의 우리가 SF라 부르는 사변적이고 미래적인 세계로 이동하는 통로다. 그래서 메리 셸리는 ‘비유기체적 생명체의 탄생’과 ‘자연스러운 파국으로 상상된 세계의 종말’이라는 현대 산업화 시대의 거대한 두 신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러스의 말처럼 “SF에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있었던 셈”이다. 러스의 글에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에서 여성 작가들이 쓴 SF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SF는 “남자로서의 남자, 여자로서의 여자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지능과 적응 능력을 다루는 신화”이며, 젠더 역할과 문화의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정한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소개 조애나 러스 Joanna Russ SF 작가이자 비평가, 페미니스트이자 퀴어 활동가였던 조애나 러스는 1937년 뉴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SF와 공포소설을 즐겨 읽으며 장르 소설에 담긴 자유와 상상력을 흡수했다. 코넬 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제자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고 예일 대학교 드라마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워싱턴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영문학을 가르쳤다. 러스가 막 활동을 시작했던 1960년대에 SF는 소위 ‘백인 이성애자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제2의 물결 페미니즘의 태동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전복하고 남성이 규정한 여성성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에게 기성 문학의 규범에서 벗어난 SF는 자신들의 상상력을 실험할 수 있는 새로운 영토로 여겨졌다. 러스는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1972), 《알릭스》(1976), 그녀의 가장 큰 문제작인 《여자남성》(1975) 등을 통해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어슐러 K. 르 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마지 피어시 등과 함께 1970년대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의 부흥을 이끌었다. 러스는 페미니즘과 영문학, SF, 퀴어 비평까지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서 소설만큼이나 도발적이고 문제적인 이론서들을 다수 발표했다. 〈SF 속 여성의 이미지〉(1971)에서는 미래나 우주를 무대로 한 실험적인 작품에서마저 젠더 문제에 있어서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남성 SF 작가들을 비판했고, 《여성의 글쓰기를 억압하는 법》(1983)에서는 여성의 글쓰기를 무시하고 예외적으로 취급해 온 영문학의 역사를 비판했다.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1995)는 러스가 SF와 여성의 글쓰기를 주제로 쓴 대표적인 글들을 모은 비평집으로 SF 작가로서 그의 목소리가 가장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나는 책이다. 분노는 그녀가 글을 쓰고 대중 앞에 나서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만 말년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과 심한 요통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2011년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옮긴이 소개 나현영 매주 수요일 연남동 카페 본주르에서 ‘여성 작가가 쓴 SF 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조애나 러스의 책을 시작으로 포도밭출판사의 나선형 시리즈에서 SF, 퀴어, 페미니즘 등에 관한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옮긴 책으로 《유토피아 실험》, 《무정한 빛》,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사일런스: 존 케이지의 강연과 글》, 《낭만주의의 뿌리》(공역)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전적으로 낯선 이야기를 만들어 낸 SF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전적으로 친숙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SF는 SF가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작품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참조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과 연결된 모든 참조점이 지나치게 분명하고 직접적일 때, SF적인 특성을 잃은 이 작품은 불신의 유예가 끝난 ‘정직한’ 소설이 되고 말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렇다. “SF는 불가능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아야 한다.” -70~71쪽 〈스타워즈〉에서 욕구는 자부심과 쾌락이다(나는 이것이야말로 ‘재미’가 상징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이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은 거칠게 말해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 중심주의, 경쟁과 마초적 특권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특권은 바로 〈스타워즈〉의 관객 대부분이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세계, 자신들이 욕구하는 흥분과 쾌락에 접근하지 못하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89쪽 여기서 ‘광기’라는 말의 의미는 사람들의 삶의 구체적 조건으로부터 유리된 추상적 개념만을 곱씹는 태도를 말한다. ‘광인’들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위해 노동해 주는 덕분에 자기 삶의 견고하고 실천적인 세부사항들로부터 격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삶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런 실천적인 세부사항을 생략하거나 사소하다고 전제하며 시작한다. 웨스트는 이에 대응하는 여성적 결점을 ‘어리석음’이라 불렀다. 어리석음은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넘어 더 큰 패턴을 보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다. 어리석음은 양말을 깁고, 변기를 닦고, 들판에서 일하는 것이 하늘이 부여한 네 천직이고, 어쨌든 아무도 네가 진짜 결정을 내리도록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들어 온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92~93쪽 테크노필리아와 테크노포비아는 둘 다 가진 자의 태도다. 테크노필리아의 경우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거나 권력자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크노포비아의 경우 비록 권력을 잃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어쨌든 자신에겐 권력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 스스로 무력하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이들―여성, 비백인, 빈곤층―은 테크노필리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테크노포비아도 되지 않는다. -98쪽 여기서 논의되는 모든 이야기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다〉를 제외하고) 남성 성기를 자신들의 성물로 삼는다. 이것을 소유한 자에겐 성 전쟁에서의 승리가 보장된다. 따라서 이 승리는 자연의 승리이며, 지성, 성격, 인간성, 겸손, 통찰력, 용기, 계획, 감각, 기술, 심지어 책임감마저 없이 전쟁에 승리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111~112쪽 그리고 공포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리치의 말처럼) 누군가 여기까지 와 본 적이 있으며, 넌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파괴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 섬뜩하고 악마적인 것들을 한사코 부정하는 문화에서 자라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중요한 메시지죠. -154쪽 영화에서 퀼라 준이 사악한 인물로 보인다면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빅의 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부드러워 쓰다듬어 주고 싶은 여자라는 생물의 애호가들을 기다리는 무시무시한 소식은 여자가 남자의 의견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으며, 섹스를 이용해 남자를 지배할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퀼라의 의존성은 개가 사람에게 의존하는 모습의 패러디다. 퀼라는 빅에게 충성을 바치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교활하고 기만적이기만 하다. -183쪽 문화의 성은 남성이다. -193쪽 가부장제는 남성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상상하고 그린다. 여성의 문화가 있지만 그것은 지하에 있는 비공식적인 소수 문화로, 우리가 공식적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 생각하는 것의 작은 구석을 차지한다. 우리 문화의 남자와 여자는 단일한 관점에서 문화를 상상한다. 바로 남성의 관점이다. -194쪽 “…… 소름 끼치는 한 남자의 환영이 누워 있다가 어떤 강력한 기관의 작동으로 생명의 징후를 보이더니 불안정하지만 반쯤 살아 있는 것처럼 요동친다.” 《10억 년의 잔치》에서 (그 역시 SF 작가인) 브라이언 올디스는 위 구절을 인용하며 덧붙인다. “요동치던 것은 바로 SF라는 장르 그 자체였다.” -296쪽 추천사 1960년대와 70년대의 격동기를 거치며 영어권 장르 문학 안팎에서 맹렬하게 투쟁한 페미니스트 작가와 비평가 들의 당시 속내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조애나 러스의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만큼 좋은 책은 찾기 어렵다. 어떠한 외교적 제스처 없이 정당하기 짝이 없는 날것의 분노를 날카로운 위트에 섞어 기관총처럼 쏘아 대는 러스의 글들은 어처구니없는 관습과 편견과 맞선 20세기 장르 문학사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유효한 현재형의 질문이자 선언이기도 하다. ― 듀나 (SF 작가) 조애나 러스는 SF 장르를 특정 성별만이 즐긴다는 통념에 명쾌하게 반박하며, 어째서 여성이 SF 장르를 사랑하는가를 거침없이 말한다. 편견과 차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달리, 여성은 SF라는 매개체를 통해 실재하는 다른 세계를 꿈꾼다. 어느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는 세상을. 모든 규칙이 달라진 세상을. 꿈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조하며 선언한다. 우리가 아는 모든 현실은 변할 수 있고 또한 변해야 한다고. 그 세계는 바로 이렇게 손에 잡히는 곳에 있다고. 러스는 서문에서 분명하게 선언한다. ‘내가 SF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것은 SF가 현실을 바꿈으로써 현실을 분석하기’ 때문이라고.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을, SF의 세계가 비유나 은유가 아닌 점을 확실히 말한다. SF의 세계는 ‘문자 그대로 변화한 세상’이며,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진실한 세계라는 것을. 이곳은 과거에 없어진 세상도 아니며 현실에 천착하는 세상도 아니다. 여성은 바로 그렇기에 이 세계를 사랑하노라고. ‘문화의 성은 남성’이며 ‘모든 오래된 플롯은 남성적이기에’, 여성은 자신만의 완전히 새로운 플롯을 만들기 위해 SF의 세계로 떠난다. 새로운 사회구조를 향해, 고리타분한 전통과 가치와 문화가 사라지고 바닥부터 새로 창조된 세계를 향해, 때로는 현존하는 젠더 역할이 모두 변화된 세계를 향해. 1930년대에 태어난 작가가 1970년대에 주로 쓴 비평집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의 여러 관점이 현대 한국에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가를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SF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영문학과 교수만 빼고.’, 혹은 ‘성차별주의적인 문학의 여성은 오직 불필요하거나 의도적인 행동만을 한다’는 포복절도할 비판은 현대 한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러스가 분노하며 비판한 각종 성차별적인 판타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낸 SF들은 지금 현대 한국에서도 계속 경계하며 싸워야 할 것들이기도 하다. 단지 이런 소설들은 한국에서는 SF 유행이 다소 늦어진 덕에 출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계속 물밑에서만 머물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해 본다. 러스가 레즈비언으로서 말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또한 지극히 현재적이다. 러스는 내가, 내 성별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부터, 이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인지하기도 전부터, 어째서 이 세계에 이토록 매혹되었는지를 격렬하게 일깨워준다. SF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모든 불합리와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는 순간에, 어딘가 다른 세상이 있으며, 그 세계는 문학적인 은유나 상징 따위가 아니라 실재하는 현실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현실이 안락해 마지않은 사람들이 이 세계를 허무맹랑하다며 조롱하기 바쁠 때에 누군가는 그 모든 책에서 매양 세계의 변혁을 꿈꾸었노라고. ― 김보영 (SF 작가) 차례 세라 레퍼뉴의 서문 저자 서문 1부 1장 SF의 미학에 관해 2장 사변: SF에서 가정이란 무엇인가 3장 신비화로서의 SF와 테크놀로지 4장 사랑은 여자를 정복한다(Amor Vincit Foeminam) : SF에서 일어난 성 전쟁 5장 공포소설의 매혹, 러브크래프트 6장 소년과 개: 최종 해결 2부 7장 여주인공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는 여자는 왜 글을 쓸 수 없는가? 8장 누군가 날 죽이려 하는데 그게 아무래도 내 남편인 것 같아 : 모던 고딕 9장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 10장 최근 유행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 대하여 11장 ‘여자처럼’ 글쓰기 : 윌라 캐더 작품에서 정체성은 어떻게 변형되는가 12장 〈누런 벽지〉에 대하여 13장 여학생들끼리의 사랑은 성애적인가? 14장 수전 코플먼에게 보내는 편지 미주 찾아보기
- 우리는군대를거부한다 | 포도밭출판사
2014-05-15 출간 | 정가 10,000원 | 반양장본 | 264쪽 | 140*225mm | ISBN : 9791195277018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 엮은이: 전쟁없는세상 책소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들을 원고로 엮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14년에 걸친 기록들이다. 2001년 오태양 씨의 병역거부선언이 있기 전까지, 이들의 병역거부는 주로 ‘집총 거부’의 의지로만 부각되었다. 그러나 병역거부의 이유로 선언된 것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한국의 병역거부운동이 병영국가 한국의 곪아 터진 여러 부분들에 제각기 얼마나 힘차게 맞서왔는지를 알게 된다. 개인의 신원을 인권 침해 이상으로 심각하게 구속하는 군사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만이 아니다. 미국의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었던 이라크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한 정부, 죄 없는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도록 지시하는 군대,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 그리고 밀양에서 국가 폭력을 자행하는 불의의 권력,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얼룩진 부당한 현실 등이 모두 이들 ‘병역거부자’들이 맞서 싸워온 상대들이다. 보도자료 “언제까지 총으로 살인을 연습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이 감옥에 가야 합니까?” “인간을 이렇게 단순하고, 복종적이고, 극단적으로 만드는 일이 강제적으로 일어나도 괜찮은 것일까? 이것이 과연 어쩔 수 없는 문제인가?” “우리가 이루고 있는 공동체는 우리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져야 합니다” 병영국가 한국에 정면으로 반(反)하는 ‘용감한 겁쟁이’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호와의증인 신자들 외에도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그리고 반군사주의 및 반국가주의 신념에 따라, 또한 소수자운동, 인권운동, 생명사상 등의 맥락에서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이다. 이 책은 이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중에서 53인이 작성한 소견서들을 원고로 엮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14년에 걸친 기록들이다. 2001년 오태양부터 2014년 최근 강길모까지, 시대와 정체성 들에 따른 다양한 변화 2001년 오태양 씨의 병역거부선언이 있기 전까지, 이들의 병역거부는 주로 ‘집총 거부’의 의지로만 부각되었다. 그러나 병역거부의 이유로 선언된 것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한국의 병역거부운동이 병영국가 한국의 곪아 터진 여러 부분들에 제각기 얼마나 힘차게 맞서왔는지를 알게 된다. 개인의 신원을 인권 침해 이상으로 심각하게 구속하는 군사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만이 아니다. 미국의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었던 이라크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한 정부, 죄 없는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도록 지시하는 군대,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 그리고 밀양에서 국가 폭력을 자행하는 불의의 권력,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얼룩진 부당한 현실 등이 모두 이들 ‘병역거부자’들이 맞서 싸워온 상대들이다. 부당한 국가 현실에 대한 치밀한 기록, 스스로 처벌과 차별이 따르는 삶에 뛰어든 청년들의 격정적 말과 사유 이 책을 엮은 평화단체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인 여옥 씨는 말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적힌 글이 없다. 수감을 앞두고 두려움과 걱정에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그 마음,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며 고민으로 지새우는 수많은 밤, 읽을 사람들의 표정과 질문을 상상하며 수도 없이 고친 노력들이 소견서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글들은 그 모든 걱정과 고민과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은 숨길 수 없었던 고백이자 도전이고,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편지들이다.” 2005년에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에 다녀온 이용석 씨는 이렇게도 말한다. “살면서,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글 하나를 쓰기 위해 그렇게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아붓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겁고, 비장하지만, 그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자들이 짊어진 역사의 무게가 아닌가 한다.” 이 소견서들을 접한 한 독자는 “이 글들이 바로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시(詩)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자신이 품은 생각과 실천하려는 바를, 강고한 현실 앞에서 떨리는 심정을 견디며 우렁차게 외친 말들이기에, 다른 어떤 글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감상이 가능해지는 듯하다. 병역거부운동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가야할 길 「세계인권선언」에 적힌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따르자면, 병역을 거부하는 뜻을 가진 이들에게 대체복무 혹은 사회복무의 기회가 있어야 하지만, 국내 상황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리하여 현재에도 ‘총으로 살인을 연습할 수 없다’는 이들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구속당하며 철창에 갇히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내외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병역거부자를 예외 없이 감옥으로 보내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런 이유 탓에 전 세계 병역거부 수감자 중 한국의 수감자 수가 압도적이다. 안전장치 없이 급격히 기울어만 가는 한국사회에서, 서로를, 나아가 생명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이들의 행보는 이토록 힘겹다. 이들은 굳건한 외침을 통해, 전쟁 및 국가폭력이 낳고 있는 무참한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길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들이 내딛는 ‘평화의 행보’에 동참하면서, 더이상 철창에 갇히는 양심이 없도록 제도개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5월 15일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또 한번의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엮은이 소개 전쟁없는세상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들의 네트워크. 2003년에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군사 주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다양한 활동(병역거부 캠페인, 비폭력 프로그램,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을 파 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더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듯, 평화 역시 일 상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전쟁없는세상은 전쟁을,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과 사회구조에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withoutwar.org ) 차례 책을 엮으며.4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란 무엇인가.8 2001 ~ 2005 병역거부선언.13 2006 ~ 2009 병역거부선언.93 2010 ~ 2014 병역거부선언.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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