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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21-2 (03800) 출간일: 2021년 8월 16일 정가: 17,000원 제본: 무선 쪽수: 340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 에세이 국내도서 > 문학 > 세계문학 국내도서 > 고전 > 고전문학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지은이 : 김정선 책 소개 살면서 한번쯤은 누리고 싶은,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 시간 무작정 읽기 시작하여 일 년간 야금야금 100권을 읽고 쓰다 세계 문학 전집을 벗 삼아 마음의 터널 통과하기 사는 곳은 대전.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단 둘, 동생과 친구 P. 함께 사는 생명은 연필선인장 ‘연필이’가 유일하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열 문장 쓰는 법』 등을 펴낸 김정선 작가의 ‘근황’이다. 건강 문제로 25년 가까이 해온 교정 교열 일을 그만두게 된 그는 작년 2020년에 서울 살이를 정리하고 대전으로 이사했다. 건강을 추스르기 위해 하루 2시간씩 산책하기로 다짐한 것과 더불어 그가 시작한 일은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 것이었다. 서점에 가면 늘 세계 문학 전집 코너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마치 잘사는 이웃집 바라보듯이 선망의 눈길이 되곤 했던 그. 마침 따로 할 일도 없는 차에 그는 죽기 전에 언젠가 나도 한 번 해봤으면 하고 바라던, 세계 문학 전집 읽기에 착수했다. 이 ‘세계 문학 전집 읽기’ 여정은 일 년을 채웠고, 모두 100권(작품 수로는 70편)의 책을 읽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몸무게를 떠받치던 소파가 좋이 10센티미터는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와 함께 세계 문학 읽기 여정을 떠나보자. 보도자료 따로 할 일이 없어 세계 문학 전집을 읽다 김정선 작가의 신작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이 출간되었다. 김정선 작가는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열 문장 쓰는 법』 등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뛰어난 교정 교열자로 이름을 알렸는데 그에 비해 덜 알려진 사실. 그는 자기만의 색을 가진 산문가이기도 하다. 김정선 작가다운 산문들을 엮어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오후 네 시의 풍경』 등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오랜 시간 교정 교열자로 일했는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현재는 모든 일을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서울 살이를 정리하고 대전으로 이사했다. 2020년 여름, 대전 이사와 더불어 그가 시작한 일은 바로 세계 문학 전집 읽기다. 서점에 가면 늘 세계 문학 전집 코너 앞에 발길을 멈추고 마치 잘사는 이웃집 바라보듯이 선망의 눈길로 책들을 쳐다보곤 했다는 그. 마침 따로 할 일도 없는 차에 그는 죽기 전에 언젠가 나도 한 번 해봤으면 하고 바라던 그 일에 착수했다. 김정선 작가는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 이유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붙이거나 그 일의 가치를 확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세계 문학 전집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이 일을 시작한 이유를 전할 뿐이다.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다고. 따로 할 일이 없었다고. 세계 문학 읽기가 나의 본령, 작품들을 벗 삼아 마음의 터널 통과하기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는 25년 가까이 상당한 권수의 문학 작품을 손본 뛰어난 교정 교열자이고 특히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주력하던 일이 바로 세계 문학 작품들의 교정 교열이었다. 그가 비로소 어깨에 짊어져온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면서 바로 떠올린 일이 세계 문학 읽기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세계 문학 읽는 일이 자신의 본령인 것처럼 여겨진다고 말한다. 더불어 김정선 작가에게 세계 문학을 읽는 일은 우울감을 버티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 장에 이르러 문득 ‘마음의 터널’에 대해 털어놓는다. 또다시 터널을 통과했다. 마음의 터널. 이번엔 이틀짜리로 짧지 않은 터널이었다.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비교적 짧은 터널을 지날 때도 있고 이삼 일 동안 이어지는 제법 긴 터널을 지날 때도 있다. 때로는 짧은 터널이 연이어 나타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자칫 출구를 못 찾을지도 모르는 동굴이 아니라 터널을 지날 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버티고 있다. - 204쪽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는 방법으로써 그는 세계 문학과의 씨름을 선택했다. 아니, 씨름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겠다. 일 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이를 기록했으니 작업 강도가 상당했을 텐데 그는 이 일을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았다. 우울한 날은 우울한 대로, 친구가 찾아와서 좋은 날은 좋은 기분 그대로, 춥거나 더운 날에는 또 그날의 날씨가 시키는 대로, 그는 세계 문학 작품들과 친구처럼 지내자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냈다. 그 결과로 70편의 글이 쓰였고 마침내 이 책이 만들어졌다. 도서 정보, 작품 한 토막, 줄거리 소개와 김정선의 목소리를 담았다 매 편 원고의 구성은 무척 단순하다. 세계 문학 작품 제목과 지은이, 옮긴이, 출판사, 출간 연도를 표기한 후, 해당 작품에서 고른 인용구 한 토막이 등장한다. 작가의 문체, 작품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한 토막을 고르기도 했고, 핵심 장면이 펼쳐지는 한 토막을 고르기도 했다. 비록 짤막한 글귀이지만 이를 통해 해당 작품과 독자 자신의 궁합이 맞을지 아닐지를 슬며시 판단해볼 수도 있으리라. 그런 다음 김정선 작가의 목소리가 한두 문단을 차지한다. 작가의 일상 등이 담긴 매우 짧은 에세이가 작품 이야기 전에 등장하는 것이다. 짧은 에세이 뒤에는 두어 쪽 분량의 작품 줄거리 소개가 이어진다. 그러고 마지막으로 김정선 작가가 한 번 더 말을 건다. 그렇게 두어 문단의 소감이 적힌 후에 글이 끝난다. 70편 대부분 이와 같은 구성을 따른다. 작품 이야기 전에 실리는 짧은 에세이에서는 김정선의 일상이 엿보인다. 우울감을 겪는 이야기, 약을 끊고 지내보려는 이야기, 약을 다시 복용하는 이야기, 친구를 만난 이야기, 연필선인장과 함께 사는 이야기, 동생과 나눈 대화, 오래 간병한 어머니를 떠올리는 이야기, 스스로 말하는 ‘나’의 이야기 등등. 이 이야기들에는 김정선 작가가 내보이는 ‘마음’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날그날 그의 마음이 읽기로 선택한 작품 이야기가 곧 이어진다. 말했듯이 작품에 대한 두어 쪽 분량의 줄거리 소개가 이어지는데, 교과서에 실릴 듯한 줄거리 요약과는 다르다. 김정선 작가의 관점에서 작품을 독해하기 때문. 그래서 줄거리 소개라고 한 이 대목들은 김정선 작가 방식의 짧은 해제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김정선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세계 문학 작품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이 덕분에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다는, 쉽지만 않은 도전이 어쩐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로 여겨진다. 문학과 친구가 되는 일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김정선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 문학 전집 읽기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은 이것이 아닐까. 문학을 벗 삼아 하루를 보내는 모습, 문학과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세계 문학을 읽는 일의 의미를 그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시간을 함께하는 일의 의미를 굳이 설명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 야금야금 읽어온 100권, 앞으로 두 권 더 기획 2020년 6월 말부터 2021년 3월 초까지, 일 년이 못 되는 시간(정확히는 8개월 반) 동안, 김정선 작가는 권수로는 1백 권, 작품 수로는 70편을 읽고 그 감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지금은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는 총 세 권의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다음 책은 2022년 여름 출간 예정이다. 김정선이 읽은 70편의 작품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페스트』, 알베르 카뮈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백 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파멜라』, 새뮤얼 리처드슨 『클러리사 할로』, 새뮤얼 리처드슨 『화산 아래서』, 맬컴 라우리 『리어 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점원』, 버나드 맬러머드 『그린게이블즈의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아 모리아크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변신』, 프란츠 카프카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베니스의 상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나자』, 앙드레 브르통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푸른 꽃』, 노발리스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모렐의 발명』,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전원 교향악』,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송』, 프란츠 카프카 『성』, 프란츠 카프카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암흑의 핵심』, 조지프 콘래드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사양』, 다자이 오사무 『미하엘 콜하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전쟁과 평화』, 레프 톨스토이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모비 딕』, 허먼 멜빌 『마의 산』 , 토마스 만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아Q정전』, 루쉰 『소리와 분노』, 윌리엄 포크너 『한 여인의 초상』, 헨리 제임스 『보이지 않는 인간』, 랠프 앨리슨 『적과 흑』, 스탕달 『목로주점』, 에밀 졸라 『삼대』, 염상섭 지은이 소개 김정선 이십 대 후반부터 오십 대 중반까지 단행본 출판물 교정 교열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오후 네 시의 풍경』 등의 책을 냈다. 지금은 대전에서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끼적이며 산다. 책 속에서 임대인이 전화를 해서는 아무래도 집을 내놓아야겠단다. 날벼락 같은 얘기에 어리둥절했다.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사정사정하는 말을 들어보니 세금이 꽤 많이 나와서 실제 집주인인 언니네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것. 잘 얘기해서 원래 2년 계약이었던 걸 1년으로 바꾸었다. 집은 마음에 쏙 들었지만 등기상의 집주인과 임대인이 다른 게 영 찜찜하던 차였기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러고 나니 기운이 쪽 빠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제야 어색하기만 하던 이 집에 비로소 정이 가는 느낌이었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별 탈 없이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면 그걸 누리기보다 외려 어색하고 불안해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그제야 이게 내 삶이지, 하고 안정감을 찾는 심리. 왜 이 모양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1911~2002)가 1950년에 펴낸 소설 『삶의 한가운데』를 펼쳤다. - 70~71쪽, 「누구나 언제든 삶의 한가운데를 산다」 중에서 대전에서 새로 만난 의사는 여성분인데 환자들이 많아서 시간에 쫓길 법한데도 대화를 유도하려 애써주고 약도 줄여주겠노라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종국에는 약을 먹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마웠다. 나 또한 어쨌든 과거는 우당탕탕 지나버렸고 지금이 내 평생 가장 편안한 시간인데 이렇게 약에 의존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노라고 답했다. 사실이다. 젊은 날로는 단 일 초도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지금의 내가 좋으니까. 독일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1774년에 펴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다. - 75쪽, 「우당탕탕 지나가 버린 젊은 시절」 중에서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특별한 행동을 곧잘 흉내 내곤 했다. 친구들 앞에 뽐내듯 그런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식의 흉내였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상대의 습관을 모방했으리라. 아니면 닮고 싶은 사람은 아니지만 특정한 행동이 나도 모르게 배어들 듯 옮겨 왔을 수도 있고. 그렇다 보니 과연 이게 내 것인가 싶어질 때도 많았다.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심지어는 걸음걸이까지. 아, 방금 이 행동은 예전에 아무개의 행동이랑 비슷한데, 하고 불현듯 떠오를 때면 내가 여러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가 1605년에 펴낸 소설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 - 78쪽, 「흉내 내기」 중에서 의사에게 약을 먹어도 자꾸 증세가 반복된다고 전하면서 마치 어느 외진 곳에서 장기 투숙자로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내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의사는 증세가 나타날 때의 심리 상태를 꼬치꼬치 묻고는 약을 추가해 주었다. 계속 줄여 나갈 줄 알았는데 다시 약이 늘고 말았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1885~1970)가 1927년에 펴낸 소설 『테레즈 데케루』를 읽는다. - 98쪽, 「외진 곳에 불시착한 영혼」 중에서 서울 자취방으로 나와 살기 전엔 부천에서 13년 가까이 어머니 간병을 하며 지냈다. 집안 살림도 하고 어머니와 같이 병원 생활도 하고 훈련도 시켜드리고. 몸의 반쪽을 쓰지 못하게 된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는 게 내 목표였다. 간병이 길어지면 간병하는 사람의 고생은 점점 부각되고 간병을 받는 사람의 고달픔은 잊히게 된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게 된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따로 나와 살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알게 되었다. 다시 그 시간만큼 누군가를 간병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간병을 받는 것 중 택하라면, 다시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전자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아무튼 고령의 아버지에게 맡기고 나온 터라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몰라 서울에서는 변변한 가구도 없이 지낼 수밖에 없었다. 1년만이라도 이렇게 지내보자 했던 게 어느새 4년이 되어버렸다.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가 1984년에 펴낸 소설 『연인』을 읽는다. - 132쪽, 「내 연인은 슬픔」 중에서 나를 잃어버릴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없고 그만큼 증오해 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내가 품는 그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믿지 못한다. 얼마나 오래갈지도 모르겠고. 약을 먹게 된 뒤로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에 쓸데없이 줄거리를 요약해 나열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나를 못 믿겠어서. 다 읽고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랄까. 그러니 확인이 필요하다. 물론 되도록 짧게 정리하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이 1850년에 펴낸 소설 『주홍 글자』를 읽는다. - 162쪽, 「사랑과 증오의 세 꼭짓점」 중에서 또다시 터널을 통과했다. 마음의 터널. 이번엔 이틀짜리로 짧지 않은 터널이었다.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비교적 짧은 터널을 지날 때도 있고 이삼 일 동안 이어지는 제법 긴 터널을 지날 때도 있다. 때로는 짧은 터널이 연이어 나타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자칫 출구를 못 찾을지도 모르는 동굴이 아니라 터널을 지날 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버티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잠을 잘 자는지라 터널일 뿐이라는 믿음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시 기운을 차리고 식욕도 되찾고 난 뒤에 터널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읽던 책을 마저 읽고 한 번 더 읽었다. 독일 작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가 1910년에 펴낸 소설 『말테의 수기』다. - 204쪽, 「나는 나를 보았을까?」 중에서 계절이 바뀌었고, ‘코로나 19’는 3차 대유행을 맞았다. 그 와중에도 연필선인장은 열다섯 개의 새로운 마디를 틔워냈다. 동생은 오르내리면서도 잘 버티고 있고, 나는 몇 번의 터널을 더 지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가서 비상약을 받아왔다. 그리고 태어난 해를 포함해서 쉰다섯 번째 생일을 ‘연필이’와 함께 보냈다. ‘연필이’는 내가 지어준 연필선인장의 이름이다. 가끔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말을 걸기도 한다. “너나 나나 이번 겨울을 잘 나야 할 텐데.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가 1948년에 펴낸 소설 『인간 실격』을 읽는다. - 222쪽, 「출구 없는 세상에 갇힌 아들」 중에서 도시 생활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 아닐까. 도시 생활의 매력이기도 하고 맹점이기도 하다. 또 하나가 있다면 아마도 시간이지 싶다. 도시인들이 발명한 도시의 시간. 절기에 따라 생활과 풍경을 변화시키지만 결국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농촌의 시간이 아니라, 깎이고 잘리고 덧붙여지고 치솟고 무너지고 흐르다가 고여서 썩으면서도 원래의 모습 같은 건 간직하고 있지 않은 도시의 시간. 도시의 익명성과 도시만의 시간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발명품이 바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도시에 살면서 도시인의 발명품인 소설 읽기를 즐기는 나는 도시인이 맞지 싶다. 프랑스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1821~1867)가 1857년에 펴낸 시집 『악의 꽃』을 읽는다. - 245쪽, 「도시와 시간」 중에서 차례 들어가며 : 살면서 한번쯤은 누리고 싶은,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 시간 2020, 여름 노인과 소년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스크는 언제 벗을 수 있을까? : 『페스트』, 알베르 카뮈 긴 장마처럼 : 『콜레라 시대의 사랑』 1·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니야, 결코 가볍지 않아!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순전히 얼음 때문에 : 『백 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북북서로 미쳤다고? :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 무슨 호사인가 : 『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외진 곳의 장기 투숙자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직 편지글로만 : 『파멜라』 1·2, 새뮤얼 리처드슨 재난지원금 덕분에 : 『클러리사 할로』 Ⅰ~Ⅷ, 새뮤얼 리처드슨 술 냄새와 책 냄새 진동하는 소설 : 『화산 아래서』, 맬컴 라우리 현명해져야 하는 건 리어일까 나일까? : 『리어 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가면의 진실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걸까? :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누구나 언제든 삶의 한가운데를 산다 :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우당탕탕 지나가 버린 젊은 시절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흉내 내기 :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성공한 속편은 없는 걸까? : 『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2020, 가을 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3,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을 다시 쓴다면? : 『점원』, 버나드 맬러머드 도와줘요, 빨강머리 앤! : 『그린게이블즈의 빨강머리 앤』 1~10, 루시 모드 몽고메리 외진 곳에 불시착한 영혼 : 『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아 모리아크 집에 돌아가는 길 :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합의와 치욕 : 『변신』, 프란츠 카프카 쓸쓸하다 :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세상이 너무 지겨워! : 『베니스의 상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세상의 모든 하루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발작적인 아름다움 : 『나자』, 앙드레 브르통 무서워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세계와 나 : 『푸른 꽃』, 노발리스 내 연인은 슬픔 :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크로머는 어떻게 살았을까? : 『데미안』, 헤르만 헤세 청춘의 비가(悲歌) :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정신의 과장된 삶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권력과 반역은 한 쌍이다 :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기계와 불멸 : 『모렐의 발명』,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기만 없는 사랑이 가능할까? : 『전원 교향악』, 앙드레 지드 비겁한 사랑 :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사랑과 증오의 세 꼭짓점 :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고(故) 박지선 씨를 기억하며 :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 섹스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채털리 부인의 연인』 1·2,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철없는 사랑과 공동체의 운명 :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개 같군!” : 『소송』, 프란츠 카프카 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뭘까? : 『성』, 프란츠 카프카 악을 품은 선과 선을 품은 악 :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연필선인장과 히스 : 『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나는 나를 보았을까? :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제인 에어와 다락방의 여인 :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2020, 겨울 이야기의 핵심에 감추어진 것 : 『암흑의 핵심』, 조지프 콘래드 출구 없는 세상에 갇힌 아들 :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출구 없는 세상에서 자기 혁명을 꿈꾸는 딸 : 『사양』, 다자이 오사무 자비 없는 냉담한 서술자 : 『미하엘 콜하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창조주여, 나는 네 주인이다. 순종하라!”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도시와 시간 :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근대 소설의 최대치 : 『전쟁과 평화』 1~4, 레프 톨스토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아무래도 소설 같지 않은 : 『모비 딕』, 허먼 멜빌 이야기의 보수성 : 『마의 산』 상·하, 토마스 만 탁월한 서술자와 완벽한 구성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의 그늘 아래서 :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천박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 『위대한 유산』 1·2, 찰스 디킨스 행복은 정말 다른 곳에 있는 걸까? :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미리 만나 보는 현대 소설 :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독자를 만들어야 하는 작가의 운명 : 『아Q정전』, 루쉰 포크너, 포크너! : 『소리와 분노』, 윌리엄 포크너 고급 심리소설의 초상 : 『한 여인의 초상』 1·2, 헨리 제임스 문학이란 무엇인가 : 『보이지 않는 인간』 1·2, 랠프 앨리슨 쥘리엥 소렐은 뫼르소의 모델일까? : 『적과 흑』 1·2, 스탕달 ‘빈곤 포르노’ 속에 버려진 인물들 : 『목로주점』 1·2, 에밀 졸라 소설가 염상섭 : 『삼대』, 염상섭 보도자료 다운 받기
- 소개 | 포도밭출판사
포도밭출판사 소개입니다 포도밭출판사는 충북 옥천에 있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2014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옥천에 포도 농가가 많아서 저희 이름도 ‘포도밭출판사’라고 지었습니다. 인문, 사회과학, 인류학, 문학, 예술 분야의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선형’ 시리즈를 통해서 SF 작품을 꾸준히 펴낼 계획입니다. 한여름 포도밭의 이랑을 걷다 보면 포도송이에 알이 빽빽하게 찬 게 보이지요. 송이에 든 알이 너무 빽빽하면 한 알 두 알 빼내어 알이 골고루 넉넉하게 크도록 솎는데, 그런 식으로 포도송이를 살피고 매만지며 이랑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포도밭의 노동이 종이에 빼곡히 적힌 글자들을 훑고 다듬어 책으로 내놓는 출판사의 노동과 닮은 데가 있다고 믿으며, 그래서 포도밭출판사라는 이름을 좋아합니다. 포도밭출판사 / 나선형 Podobat Publishing Company / Spiral 29049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성신로 16, 필성주택 202호 Unit 202, 16 Seongsin-ro, Okcheon-eup, Ogcheon, Chungcheongbuk-do, Korea 전화. 070-7590-6708 팩스. 0303-3445-5184 이메일. podobatpub@gmail.com 홈페이지. podobat.co.kr
- 대학공간에서의인권 | 포도밭출판사
엮은곳: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지은이: 아드리안 홉킨스, 치사토 키타나카, 데이비드 카프, 데보라 투르크하이머, 구미영, 김엘림, 신윤진, 이성용, 이주영, 주윤정 ISBN: 979-11-88501-31-1 (03300) 출간일: 2022년 9월 30일 정가: 15,000원 제본: 무선 쪽수: 216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사회과학계열 > 사회학 대학 공간에서의 인권 엮은곳: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지은이: 아드리안 홉킨스, 치사토 키타나카, 데이비드 카프, 데보라 투르크하이머, 구미영, 김엘림, 신윤진, 이성용, 이주영, 주윤정 책 소개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인권을 통합하기 대학 공간에서 인권이 제대로 존중되고 보호되려면, 나아가 대학이 인권의식을 갖춘 구성원을 양성할 수 있으려면,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인권을 통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바탕이 마련되어야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고,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로 인한 피해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으며,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을 쌓아나갈 수 있다. 이 책은 2022년 1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개최한 네 번의 웨비나에서 발표·토론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학문연구, 교육, 업무 등이 이루어지는 대학 공간 곳곳에 인권의 가치가 스며들기를, 그 효과로 실질적 변화들이 대학 공간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출간한다. 보도자료 2022년 3월부터 모든 대학이 인권센터를 반드시 두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인권센터나 성평등센터와 같은 기구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었지만, 2021년 2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이제 인권센터 설치는 모든 대학에 의무사항이 되었습니다. 대학이 구성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전담기구를 필수적으로 두게 된 것은 고무적입니다. 성희롱·성폭력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차별, 괴롭힘과 같은 인권침해를 겪는 구성원들이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고, 이미 인권센터가 있는 대학의 경우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개선을 촉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인권이 제대로 존중·보호되고 인권의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으려면, 대학 인권센터 설치·운영 이상의 것이 요구됩니다. 즉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인권을 통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바탕이 마련되어야,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인권 문제가 발생할 때 그로 인한 피해가 무엇인지를 더 잘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2022년 1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개최했던 네 번의 웨비나에서 발표·토론되었던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아드리안 홉킨스, 일본 히로시마 대학 하라스먼트 상담실의 치사토 키타나카,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리더십 및 교육과학 대학의 데이비드 카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로스쿨 데보라 투르크하이머를 발표자로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고, 각 세미나별로 국내 여러 연구자들이 대담자로 참여해 한국 사회 및 대학에 가지는 시사점을 짚으며 토론해 주셨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구미영 연구위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김엘림 교수,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국립평화분쟁연구소의 이성용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윤진 교수,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의 이주영 교수,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주윤정 교수 등입니다. 이 책을 통해 대학에서 어떻게 하면 인권을 더 잘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의 사유와 행동의 지평이 넓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대학의 인권센터나 다양성·포용성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매일 인권, 평등,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책이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대학이 더욱 인권친화적이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학문연구, 교육,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에게 생각거리를 주기를 기대합니다. 대학 인권센터의 법적 제도화가 단순히 형식적 발전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학 내 구성원들의 관계가 변화하고 학문연구와 교육의 과정에 인권의 가치가 스며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합니다.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법적 잣대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에만 치중하기보다, 피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피해자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자리로 잘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닦는 일에도 인력과 자원이 배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의 대화와 토론이 그러한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1. 평등, 다양성, 포용성의 추구 아드리안 홉킨스의 「평등, 다양성, 포용성의 추구」는 대학이 교육, 연구, 교·직원 인사, 학생 선발을 포함한 대학 운영 전반에서 인권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우리의 사유의 폭을 넓혀줍니다. 홉킨스는 대학 내에서 평등, 다양성, 포용성을 어떻게 실현하려고 노력하는지, 그것이 탁월한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경험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평등은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다양성은 사람들이 지닌 차이가 존중되고 그 가치가 인정되고 수용되어야 한다는 것, 포용성은 공동체 내 기회와 자원을 동등하게 누리며 그 공동체에 소속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대학 내 하라스먼트 개념과 대응 치사토 키타나카는 「대학 내 하라스먼트 개념과 대응」에서 대학 자치가 마치 강의실이나 연구실에 관한 한 전적으로 교수에게 재량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곤 하는 일본 대학에서 어떻게 그러한 인식의 장벽을 넘어 캠퍼스 내 하라스먼트에 대한 대응이 발전해 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합니다. 키타나카는 대학 차원의 하라스먼트 대응을 요구하고 변화를 관찰해 온 젠더사회학자로서, 하라스먼트 상담 조직을 만들고 사건조사를 해서 끝내는 것으로는 하라스먼트 대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키타나카는 피해가 지속되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조기에 소속 학과나 기관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3. 회복적 정의와 대학 데이비드 카프는 「회복적 정의와 대학」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타인의 관점과 경험을 생각하면서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회복적 정의를 대학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1차적 단계라고 제시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권친화적인 대학 만들기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카프는 사람들을 같이 대화하고 배울 수 있는 존재로 대하면서, 중요하지만 어려운 도덕적 쟁점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도덕적 능력을 갖춘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4. 신빙성의 불균등한 배분 데보라 투르크하이머는 「신빙성의 불균등한 배분」에서 여성, 유색인, 장애인, 성소수자, 이민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발언이 자주 무시되고 진실성이 부정당하는 ‘신뢰성 폄하 현상’을 성폭력 피해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피해자들은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일은 옳지 않고, 가벼이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처럼 피해자들의 말이 부당하게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해자의 말이 항상 진실인 것만은 아니지만, 투르크하이머는 피해자의 말에 진실한 증거로서의 효력을 전혀 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어떤 사건을 판단해야 할 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는 입증 원칙’, ‘증거의 우월성 원칙’,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의 원칙’ 등 제도와 맥락에 따라 요구되는 확신의 수준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에서 형사절차상의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는 입증 원칙’이 요구되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투르크하이머는 지적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에서도 일어납니다. 투르크하이머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문화에 성차별과 권력불균형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은이 소개 아드리안 홉킨스(Adrienne Hopkins) 아드리안 홉킨스는 12년간 영국 옥스팜Oxfam에서 국제개발 경력을 쌓은 후 2012년 성평등 전문위원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평등과 다양성 팀The Equality and Diversity Unit에 합류하여 2019년부터 동 기관의 수장으로 재직 중이다. 치사토 키타나카(Chisato Kitanaka) 치사토 키타나카는 일본 히로시마 대학의 하라스먼트 상담실 준교수로 하라스먼트 피해자를 상담하고 문제해결을 지원한다. 사회학자로서 주요 연구 주제는 사회학적 젠더 이론, 여성 폭력, 학내 괴롭힘 등이다. 2017년 『아카데믹 하라스먼트 해결: 대학의 상식을 다시 묻기アカデミック・ハラスメントの解決: 大学の常識を問い直す』를 출간했다. 데이비드 카프(David Karp) 데이비드 카프는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리더십 및 교육과학 대학의 교수로 『대학을 위한 회복적 사법 소책자 The Little Book of Restorative Justice for Colleges and Universities』를 포함하여 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학내에서의 회복적 사법 등의 연구 주제에 관한 다수의 저서와 학술논문을 출판했다. 샌디에이고 대학의 회복적 사법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데보라 투르크하이머(Deborah Tuerkheimer) 데보라 투르크하이머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로스쿨 교수로 형사법과 증거법, 페미니스트 법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 지방검찰청에서 5년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 전담 검사로 재직하였으며, 2021년 『신빙성: 왜 우리는 피해자를 의심하고 가해자를 보호하는가Credible: Why We Doubt Accusers and Protect Abusers』를 출간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노동법, 젠더법을 연구한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젠더법학의 연구, 교육, 실행에 주력한다. 신윤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국제인권규범과 헌법 및 초국경적 인권문제를 연구한다. 이성용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국립평화분쟁연구소 교수. 분쟁 해결, 협상 중재, 전후 복구, 평화구축 관련 주제들을 연구한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 부교수. 국제인권규범, 인권이론 및 사회권, 평등을 연구한다.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조교수. 인권사회학, 소수자/장애, 생태평화를 연구한다. 차례 발간사 서문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인권을 통합하기 평등, 다양성, 포용성의 추구 [아드리안 홉킨스 / 토론 구미영·이주영·주윤정] 대학 내 하라스먼트 개념과 대응: 일본 대학의 사례 [치사토 키타나카 / 토론 김엘림·이주영·주윤정] 회복적 정의와 대학 [데이비드 카프 / 토론 이성용·이주영·주윤정] 신빙성의 불균등한 배분 [데보라 투르크하이머 / 토론 신윤진·이주영·주윤정] 보도자료 다운 받기
- 먼지의 말 | 포도밭출판사
지은이: 채효정 ISBN: 979-11-88501-22-9 (03300) 출간일: 2021년 9월 17일 정가: 16,000원 제본: 무선 쪽수: 272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먼지의 말 지은이 : 채효정 책 소개 정치학자 채효정, 먼지로서 먼지에게 쓰다 이 책은 정치학자 채효정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주로 페이스북에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채효정은 ‘마음이 견디지 못해, 가슴에서 돌멩이 하나를 빼내듯이’ 썼다고 말한다. 슬픔으로 쓴 글이 있고, 분노로 쓴 글이 있고, 함께 웃기 위해 쓴 글이 있다. 먼지로서 먼지에게 쓴 글들이다. 먼지란 ‘없지 않은 존재’를 일컫는다. 먼지는 ‘도래할 주체’들의 태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먼지의 말』은 없지 않은 존재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보도자료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 채효정은 학교로부터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후 채효정은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며 잔디밭에서 강의를 이어갔다. 나는 2016년 12월 겨울날,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잔디밭 강의의 청강생이 되고자 그의 강의실(경희대학교 노천극장, 대운동장, 잔디밭 등지에서 강의가 이뤄졌다)을 찾아갔다. 추운 날이었지만 나와 같은 청강생이 제법 있었다. 채효정은 털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눌러 쓰고, 확성기를 얼굴에 바싹 붙이고 소리를 높여 강의했다. 그는 우리의 ‘빼앗긴 말’들을 주제로 강의했다. 2019년 소위 ‘조국 사태’ 초반에, 평소 정치사회 문제에 자주 의견을 내던 사람들도 왠지 말을 아꼈다. 신중함은 보통은 미덕이지만 이때의 신중함에는 껄끄러운 점이 있었다. 그들은 지켜보자고 했고, 조국을 아주 옹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아직은 판단을 유보할 때라고도 했다. 나는 그 상황을 지켜보기가 매우 답답했고 어느 지점에서는 몸서리가 쳐졌다. 그때 내가 찾아 읽던 글 중에서 단연 선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며 조국 사태가 주는 무참함을 말하고, 조국 옹호 세력을 비판하는 글을 쓰던 사람이 채효정이었다. 중국의 탄압에 맞서며 홍콩 이공대에서 투쟁이 일어났을 때, 이공대에게 벌어지는 일을 상세히 보도하는 채널은 드물었다. 채효정은 역시 날마다 긴 글로 투쟁의 안팎을 전했고, 연대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었다. 돼지 ‘살처분’이 벌어질 때, 나는 여러 가지 입장들을 읽었다. 방역의 입장, 축산 농가의 입장, 산업의 입장… 돼지의 비명 소리가 꿈에서 들리는 괴로움 속에서도, 나는 내가 미처 다 알지 못하는 어떠한 ‘입장’들을 생각했다. 그때 채효정이 돼지의 입장을 써주었다. 나는 내가 돼지라는 걸 깨달았다. 돼지의 입장이 내 입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돼지인데, 누구의 입장을 걱정한단 말인가. 삼성 해고자 김용희를,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박문진, 송영숙을 알리는 사람이 채효정이었다. 제주 청년 노민규의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시위를,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시위를, 경동 도시가스 가스 안전 점검원들의 시위를 알리는 사람이 채효정이었다. 나는 채효정의 글을 읽으며 훅 하고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채효정의 글을 읽고서야 푹 하고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채효정이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마음이 견디지 못해, 가슴에서 돌멩이 하나 빼내듯이’ 썼다는 이 글들을 페이스북에서 찾아 그러모았다. 처음에 200여 편을 모았는데, 그중 82편을 추렸다. 『먼지의 말』은 정치학자 채효정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주로 페이스북에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슬픔으로 쓴 글이 있고, 분노로 쓴 글이 있고, 함께 웃기 위해 쓴 글이 있다. 채효정은 먼지로서 먼지에게 이 글들을 썼다. ‘먼지’는 무엇을 일컫는 말인가. 먼지는 ‘없지 않은 존재’이다. 그리고 먼지는 ‘도래할 주체’들의 태명 같은 것이다. 채효정은 서문 「왜 쓰는가」에서 왜 이 글들을 썼는지 돌아본다. 그는 무척 무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살펴본다.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한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무겁고 두려운 마음이지만, 간절했기에 썼다고 밝힌다. “여기 적힌 간절한 말들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말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한다. 이 책에서 듣게 될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알려드린다. 목소리의 주인공이라 하면 인간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목록에는 아래와 같이 물건도 있고 건물도 있고 동식물도 있다. 이들에게도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노동자 / 아파트 외벽 도색 노동자 / 돌봄 노동자 / 남극 세종기지 / 바이러스 / 빙하 / 녹색당 / 벌레 / 땅 / 나무 / 고양이 / 뱀 / 택배 노동자 / '근로자 A씨' / 이주 노동자 / 화재로 숨진 망원동 쌍둥이 형제 / 탄소 / 배달 노동자 / 간호사 / 콜센터 노동자 / 코로나 / 학생 / 비정규직 노동자 / 김용희 / 김용균 / 블루베리 / 간병인 / 청도 대남병원 / 김선일 / 김정희 / 하청 노동자 / 청소년 / 딜란 크루스 / 홍콩 이공대 시위대 / 자살자 / 광주 / 노민규 / 마을 / 안전로프 / 프롤레타리아 / 먼지 / 마트 노동자 / 쪽방촌 김씨 / 톨게이트 투쟁 노동자 / 돼지 / 박문진 / 송영숙 / 화물 트럭 노동자 / 할머니 / 청소 노동자 / 해고 강사 / 4월 16일 / 개 / 노란 조끼 등등. 지은이 소개 채효정 정치학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로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 학내투쟁과 강사투쟁을 했고 그 경험을 기록하여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를 펴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이자 발행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으로 잘못된 교육 시스템과 한국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글을 꾸준히 써왔다. 2018년부터 월간 『워커스』에 노동, 정치, 교육, 돌봄, 기후위기 등 다양한 현안에 섬세한 고민과 물음을 던지며 ‘워커스 사전’을 연재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능력주의와 불평등』,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 인제에서 글 노동자, 들 노동자로 산다. 지배하는 이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이들, 저항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자이자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책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 “나는 이 세계에 지분이 없다.” - 「딜란 크루스」, 122쪽 ‘근로자’ 1명 이름은 ‘A씨’ ‘끝내 숨져’ 이름 없는 노동자가 혼자 작업하다 사고를 당하고 끝내 숨졌다는 소식 이 소식은 왜 날짜와 장소만 바뀐 채 늘 똑같은 문장으로 전송되는가 - 「근로자 1명 끝내 숨져」, 59쪽 ‘죽음의 외주화’란 그 말이다. 죽어라, 내가 안 보는 곳에서.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 너의 불행한 죽음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사회의 도덕률이 되어버렸다. 안 보이는 곳에서 죽도록 일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죽어라. - 「죽어라, 내가 안 보는 곳에서」, 254쪽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144명)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 「조용히」, 151쪽 “나쁜 짓을 안 하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을 모은대?” - 「민도」, 208쪽 질문은 ‘10년 후에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였다. 한 사람은 ‘먼지’라고 대답했다. 먼지… 갑자기 가슴이 쿵하면서 머리가 멍해졌다. “먼지라고요? 이 질문을 한 이후로 이렇게 시적인 대답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하니까 씩 웃는데, 그 웃는 모습이 참 좋았다. 다행히도. 친구들이 옆에서 “아, 뭐래” 하고 퉁을 줘도 의연하게 “왜 먼지가 어때서?”라고 되물었다. “너희들은 먼지가 안 될 것 같냐?”라고 하면서. 또 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니… 또 친구들은 옆에서 우와 그게 말이 되냐고 웃으면서 떠든다. - 「먼지의 말」, 156쪽 추석 연휴 전날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한 노동자가 아파트 옥상 위로 올라갔다. 거의 완공된 아파트는 외벽 도색을 앞두고 있다. 하얗게 밑칠을 마친 외벽을 타고 내려오며 로프에 매달린 노동자는 한 자씩 글자를 써내려갔다 제 몸보다 큰 붉은 글씨를 한 자 한 자 읽어본다. 사 기 꾼 시 공 업 (체) 시 행 사 는 더 사 기 꾼 노 임 주 라 개 자 식 그는 로프를 알고, 칠을 아는 사람 추석 연휴 전날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유일한 공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저 말을 쓰고 내려와 경찰에 ‘입건’되었다. - 「임금 주라」, 26쪽 숙련 택배 노동자의 한달 평균 택배 물량은 7,000~8,000개 지난 3개월간 10년차 택배기사인 정씨가 배송한 택배 상자는, 2월에 9,960개 3월에는 1만 1330개 4월에는 1만 288개 오전 6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휴식시간도 없이 하루 15시간 중노동 근무 어린이날 앞두고, 심정지로 돌연사 - 「돌연사」, 58쪽 “우리는 당신들이 미처 죽이지 못한 노동자의 자식들이다.” -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125쪽 숫자, 순위, 평균, 생략으로 ‘노동자의 삶’과 ‘노동의 현실’을 전하는, 뉴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너무나 끔찍한, 뉴스. - 「3,400명」, 184쪽 “싸움은 물러설 수 없는 곳에서 하는 것 같아요.” - 「물러설 수 없는 자리」, 258쪽 도살된 4,700여 마리의 돼지. 해고된 1,500여 명의 톨게이트 노동자. 24년 동안 사회적 죽임을 당한 채로 살아있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올 1학기 해고당한 대학 강사는 7,834명. 그 외에도 또 어디서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삶의 벼랑 끝에서 떠밀려 내던져졌는지 모른다. 그 속에 나도 있다. ‘최소 비용, 최대 이익’을 위해 산 채로 매장되는 존재들. 살처분이나 해고나 생매장이긴 마찬가지다. 어느 날 홀연히 자기가 살던 사회에서 쫓겨나 산 채로 어둠 속에 사라진다. 존재를 부정당한 그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려고 날마다 안간힘을 쓴다. - 「돼지들이 죽던 날」, 201쪽 안전로프(구명줄)가 없었다. 엊그제 유리창 외벽 청소 중에 추락 사망한 노동자. 안전로프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건 떨어지면 끝이라는 것.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이였을 사람 누군가의 안전로프가 되었을 사람.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을 고용한 자기 자신의 사장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안전로프가 없었는지, 그걸 물어봐야만 하는데. - 「안전로프 없는 사회」, 148~149쪽 “거기서 잘렸으니, 거기로 돌아가야죠….” - 「물러설 수 없는 자리」, 258쪽 차례 서문_ 왜 쓰는가 이상한 점 죽었다 아니 죽였다 임금 주라 취향의 정치와 혐오의 정치 돌봄노동과 기후위기 에코 포르노그래피 자본주의에 반대하지 않는 그린 뉴딜이라니 수업료 땅 선생님과 나무 선생님 뉴딜의 한계 작은 평화 밭에서 돌연사 근로자 1명 끝내 숨져 산재는 막지 못한다고 우리들의 죽음 그린 뉴딜, 좋은 포장지 나중에 이윤보다 생명을 위기 이후 조용한 독재자 루카스 플랜 이 차이는 어디서 왔는가 그 사람이 점점 투명해진다 땅 병은 가난한 사람들부터 낚아챈다 탈노동 김선일을 기억하라 사람이 죽었다 다시는 로봇은 비싸고, 인간은 싸니까요 2명이 100명을 대표하는 세상 싸우는 청소년들 딜란 크루스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살아있어요 어떤 사람들의 전쟁 폭력에 지지 않는 사람들 성난 목소리 착시현상 ‘모두의 것’을 되찾는 일부터 안전로프 없는 사회 죽음의 사회적 전형 조용히 보이지 않는 사람들 먼지의 말 누가 돈을 가져가는가 힘의 기울기 쪽방촌 김씨 조국 이후 계급의 눈으로 촛불 다음 날 여성을 교환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3,400명 숨을 못 쉬겠다 천만이 모여도 옳지 않다 노동자 숨져 다들 트라시마코스가 되기로 하였소? 돼지들이 죽던 날 고공으로 올라간다 졸면 죽음 『한겨레』 평기자 성명을 읽으며 민도 식자들 아무도 책임이 없다 역사 부르주아화와 관제 민족주의에 맞서 애국 ‘사라졌다’고 한다 구제 우리가 소멸하지 않겠다면? 강사법과 대학의 미래 원하는 것을 요구하자 4월 16일 밤 나는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강사다 대학의 죽음 상상 이상의 대학 한 사람 죽어라, 내가 안 보는 곳에서 개를 버리는 방법 물러설 수 없는 자리 인간의 길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환영인사 편집자의 말 보도자료 다운 받기
-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20-5 (03330) 출간일: 2021년 6월 18일 정가: 16,000원 제본: 무선 쪽수: 276쪽 판형: 135×210mm 분야: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국내도서 > 사회정치 > 사회비평/비판 > 노동문제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기획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지은이 : 김신범, 김원, 윤간우, 이윤근, 임상혁, 임영국, 최영은, 최인자, 한인임, 허승무, 현재순 책 소개 일터에서 노동자가 겪는 사고와 질병, 이 고통을 멈추기 위해 고통에 ‘이름’을 붙이다 노동자는 다만 일이 위험해서 다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위험한 일도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면 다치지 않는다. 우리가 안전보다 이윤을, 존중보다 차별을 선택할 때 그 노동의 현장에서 누군가 다치고 죽는다. 일하다 사람이 다치고 병들고 죽는 사회를 멈추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지난 20여 년간 노동자의 고통을 찾아내고 분류하고 측정해서 이름을 붙여온 이들이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람들이다. 이 책은 노동자가 겪는 고통을 멈추기 위해 고통의 현장을 조사하고, 고통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해온 이들이 전하는, 산재와 직업병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보도자료 일터에서의 사고와 질병, 그에 맞서온 이들의 이야기 한국은 하루 평균 7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나라다. ‘오늘도 7명이 퇴근하지 못했습니다’는 해시태그 운동은 이 때문에 시작되었다. 구의역의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평택항의 이선호 노동자 사망사고로 노동 현장의 문제와 심각성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일하다 사람이 다치고 병들고 죽는 사회를 이제 그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통을 멈추기 위해서는 우선 고통이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공장의 담벼락으로, 어두운 조명으로, 때로는 오해와 편견으로 노동자의 고통은 감춰지고 지워지기 일쑤다. 그래서 노동자의 고통을 애써서 드러내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픔이 드러나야만 사회가 더 많은 아픔을 나누고 노동의 고통을 키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노동자의 고통을 찾아내고 분류하고 측정해서 이름을 붙여온 이들이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통을 드러내고 고통에 이름을 붙여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한다. 이들은 발전소나 조선소 노동자뿐 아니라 네일 아티스트, 택배, 청소, 간병 종사자, 영화 스태프, 환경 미화원, 배달원, 경비원, 택시기사, 가축 위생 방역사, 콜센터 노동자, 간호사, 어민, 농민, 국립공원공단 직원 등 다양한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 책은 일하다 병들고 다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동 현장을 누비며 산업재해 사고 및 직업병 요인을 조사하고 연구해온 이들의 20여 년간의 기록이다. 노동은 위험하다 노동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사용해 일한다. 그러니 노동자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피곤할 수 있고, 때로는 다치거나 병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이 신성하다는 이야기는 흔히 하면서도 노동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아프다고 말하려면 용기를 내야 하는 사회. 일 때문에 아픈 게 맞느냐고 의심부터 하고 결국 외면하는 것이 이른바 세상의 ‘상식’이 된 사회의 현실이 노동자를 더욱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고용하는 자에겐 책임이 있고 고용된 자에겐 권리가 있지만 책임은 너무 가볍고 권리는 너무 멀다. 고통에 이름을 붙여 고통을 드러내다 변화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애써서 만드는 것이다. 노동자의 고통은 잘 드러나지 않기에 변화는 더욱 더디게 찾아온다. 근골격계 질환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 감춰져 있던 고통에 이름이 생기면 사회가 아픔을 나누고 위험을 줄일 방법을 의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픔에 붙은 이름을 부를 때, 노동자의 고통은 더 빨리 줄어들고, 일의 위험도 줄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고통을 찾아내고 분류하고 측정해서 이름을 붙여야 한다. 녹색병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사람들은 그렇게 노동자의 고통에 하나둘 이름을 붙여왔다. 이 책에는 그들이 만난 노동자들의 고통들과 그 고통에 붙인 이름들이 기록돼 있다. 차별이 아닌 존중이 필요하다: 국가, 기업, 시민의 존중 고통의 이유는 분명하다. 일에는 위험이 있게 마련이지만, 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달라진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이 죽는 것이나 발암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는 상황은 바로 ‘차별’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다. 차별은 일의 위험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라는 강요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차별에 적응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려고 애쓰다가 병들고 다친다. 고통의 주된 이유는 바로 차별이다. 그래서 차별이 아닌 존중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아픔을 줄일 방법을 의논하는 것이 바로 존중의 자세다. 산업이나 직업의 설계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고 줄일 방법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존중이다. 노동자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존중이고, 사업주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의무를 만드는 것도 존중이다. 존중은 기업의 차원(1부_ 위험은 만들어진다), 국가적 차원(2부_ 죽음도 차별받는 현장) 그리고 시민의 차원(3부_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위험한)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노동의 결과만이 아니라 노동의 과정에도 관심을 이 책에는 우리 곁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노동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할 테다. 필자들은 이 책에서 노동자들의 일터를, 그들의 노동을 주목한다. 출근하면서 만나는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새벽에 집 앞 골목에 다녀간 청소 노동자를, 조금 전에 음식을 전해줬던 배달 노동자를, 식당에서 만난 서비스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우리는 이들을 통해 얻는 노동의 결과에만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이를테면 ‘서비스는 좋았나?’ ‘주문한 물건은 언제 도착하나?’ ‘제품에 하자는 없나?’ 같은 것에만 관심을 갖지 않았나. 이제 노동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때다. 우리가 외면하는 노동의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미소 속에 감춰진 서비스 노동자들의 상처받은 마음의 병을, 물건을 받는 기쁨 속에 가려진 택배 노동자들의 온갖 골병들을, 차별이 존재하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말이다. 필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사람들은 노동을 차별할까?’ ‘존중받는 노동이란 무엇일까?’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당한 노동의 가치는 무엇이고, 왜 그 가치는 인정받지 못할까?’ 필자들이 제시한 답은 각자 다르게 표현되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노동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타인의 노동을 존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제도적 변화를 위하여 노동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뀐다고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대하는 마음과 행동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진들 현장에서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좀 더 근원적인 제도적 변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변화에서 중요한 지점들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제도적 변화의 중요한 원칙들을 다음 네 가지 구호로 제안한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 “노동자 참여권 보장” “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앞으로 이 구호들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노동현장 어디에서나 공기처럼 작동하는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기획 소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직업병 사건인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을 계기로 1999년에 만들어졌다. 연구소는 노동자들의 환경과 건강 실태를 조사하고, 노동자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리고, 일하다 아프고 죽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법과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벌인다.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 ‘마트 노동자에게 휴식 의자 제공하기’ ‘박스에 손잡이 구멍 뚫기’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 제공하기’ ‘일터와 삶터에서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없애기’ 등의 캠페인을 이끌었다. 지은이 소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발암물질을 조사하고,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화학물질 알권리 정책을 만들고,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마을 만들기 사업에 던지는 질문』(공저) 등이 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노출 실태를 조사하고, 산업 현장 인근의 환경오염과 시민들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고,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활동한다. 공역한 책으로 『사업장 근로자 건강영향조사』 『산업보건학 원론』 『소방공무원 순직재해 NIOSH 조사보고서』 등이 있다.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녹색병원에서는 진폐증 환자와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를 치료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는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농어업인의 안전과 건강에 관심이 많아 사고 및 질병 조사 통계 연구를 매년 수행하고 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근골격계 질환 및 직업성 암 등의 직업병을 연구하고 노동 환경의 위험성 평가 등의 활동을 한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노동안전특별조사위원회’ 참여 등 여러 사회적 활동을 통해 노동 환경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공저) 등이 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임영국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화학·섬유·IT·식품 등의 산업 분야에서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활동을 한다. 노동조합이 일상이 되는 시대를 열어가고자 활동한다. 노동권 사각지대 조직화를 위한 ‘공제회를 품은 노동조합’의 전형을 마련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봉제인공제회 상임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동조합 조직화 사례 연구』(공저)가 있다. 최영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환경평가팀장.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의 화학물질 노출을 조사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를 희망한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 작업 환경에서 노동자에게 노출되는 화학물질과 일상에서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환경호르몬을 분석한다. 사람의 소변과 혈액에서 유해화학물질을 분석하는 바이오모니터링을 통해 몸속의 바디버든(body burden)을 확인하는 연구와 이를 줄이는 활동에 관심에 많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교육팀 책임연구원. 노동자 교육을 담당하며, 근골격계 질환, 직무 스트레스, 감정노동, 과로사 등을 연구한다. 세월호 참사,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사망사고,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고 등의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지은 논문으로 『공공부문 위험생산의 작업장 정치』 등이 있다. 허승무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격계질환센터 인간공학팀장. 사업장의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을 하며,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작업 강도, 적정 인력 등의 문제에 인간공학적으로 개입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전국 사업장과 주요 산단에서의 화학물질 감시 활동을 기획하고 있으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안전보건 환경단체인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건생지사)’에서 활동한다. 지은 논문으로 『화학물질안전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를 위한 시민사회역할 연구』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제가 입사한 지 1년 안 돼서 손에 화상을 입었었는데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다가 일반병원 가서 심각하단 얘길 듣고 화상병원을 찾아서 갔었어요. 손가락 화상은 잘못 치료하면 굽어서 나으니까요. 손에 붕대를 감아서 일단 쉬어야 하니까 진단서를 팩스로 보냈더니 그러면 안 된다면서 굳이 회사에 와서 내라고 하더라고요. 붕대 감은 손을 밑으로 내리면 피가 쏠려 더 아프다고 항상 왼손을 들고 있었는데 그 상태로 혼자 운전하고 야탑까지 갔었네요. (…) 산재는 안 된다며, 저는 잘 모르니까 결국 아빠랑 통화하시곤 병원에 와서 병원비 결제해주고 경위서를 가져왔었어요. 퇴원하고도 통원치료는 계속했고요. 다 공상으로 처리했어요.” ― 프랜차이즈 빵집 노동자 “민원전화 받고 있으면 유리방(사무실)에서 쪽지가 오는데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죠. 시간대별로 팀장 쪽지가 와요. 민원 처리 빨리하라는 거예요. 오래 잡고 있지 말고… 그래서 하루에 이석 시간이 5~10분 정도 밖에 안 돼요. 화장실만 잠깐 갔다 오고 하루 종일 물도 안 먹고 그렇게 일을 했어요.” ― 정부기관 콜센터 노동자 “일하다 보면 저쪽 끝에 있는 팀장이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막 소리를 질러요. ‘후처리, 후처리!!’ 과거에는 내가 숨이 턱에 차면 홀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안 받을 수 있는 짬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화 끊자마자 대기 전화가 연결되는 자동 연결체계로 되어 있어요. 쉴 수가 없죠.” ― 인터넷기업 콜센터 노동자 “내 일거수일투족이 컴퓨터에 기록되는 게 무서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심지어 나중에 보면 화장실에 몇 번 갔는지도 알 수 있더라구요. 가끔은 내가 회사가 아닌 닭장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 은행 콜센터 노동자 “저는 이용자의 편의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장 봐서 식사 준비해드리고 목욕시켜드리고 산책하자고 하면 휠체어 밀고 나가고… 그런데 멀쩡한 가족들 빨래를 해달라는 거예요. 심지어 가족들 심부름해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주말 동안 미뤄놓은 가족들 설거지도 한 적 있어요.” ― 돌봄 노동자 “제 동료는 남성 이용자가 가슴을 만져 놀랐는데 센터에 이야기를 해도 센터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그만두었어요.” ― 돌봄 노동자 “이용자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제가 가져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저는 일자리를 잃었어요.” ― 돌봄 노동자 “고객이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 객실로 올라갔어요.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었죠. 그랬더니 목을 맨 고객이 덜렁덜렁 매달려 있는 거예요. 그 후론 객실 문을 열려면 식은땀부터 흘려요.” ― 호텔 청소 노동자 “고객이 청소를 부탁해 벨을 누르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투숙객이 나체로 서 있는 거예요. 당황해하고 있는데 옷 입을 생각도 안 하고 청소하라고 손짓을 하더라고요. 미친 놈… 그래서 그냥 나왔어요.” ― 호텔 청소 노동자 “있죠. 좀 말하기 그렇지만 관리자 중에서 딜러들이 실수를 하는 경우에 폭언을 굉장히 심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손님들 앞에 세워놓고 무안을 주거나 그런 거요. 딜러 입장에서는 실수했다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거든요. 아니면 내려오라고 해가지고… 로커에서도 많은 인원이 쉬어요. 아무리 막내고 아무리 그런 거에 무디다 해도 자기는 앉아 있는 상태에서 사람을 세워놓고 막 소리를 지르거나 질책을 하면 인격 모독이거든요. 근데 그게 공공연하게 이루어져요. 동기들이 있는 데서만 혼나도 스트레스인데 만약 후배가 보고 있거나 많은 인원이… 그런데서 폭언을 일삼으면서 얘가 실수했다는 걸 다 알려버리는 거죠. 그러면 굉장히 스트레스죠. 근무표 봤는데 그런 간부들 하고 같이 짜여 있으면… 그럼 한숨을 푹….” ― 카지노 딜러 노동자 “이게 그래도 할 만한 일인데, 내가 도저히 꼴불견이라 못 봐주겠는 게 있어. 음식물 쓰레기 차 지나가면 코를 막고 얼굴 찡그리는 사람들. 지들이 먹은 건데 그거 냄새난다고 호들갑 떠는 게 제일 짜증나는 거야. 내가 쓰레기 치우려고 가면 피하는 사람들.” ― 환경 미화원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일을 하잖아요. 집에 가서 샤워하면 한 시간 동안 계속 기침 나고 콧물 나요.” ― 네일 아티스트 “큐티클 리무버 자체가 손에 닿으면 각질층이 일어나요. 그러니까 당연히 왼쪽 손은 항상 짓물러 있고 각질 진물 난 것처럼 너덜너덜 그래요. 그러면 손 씻어줘야 하는데….” ― 네일 아티스트 “전주가 없는 곳은 맨홀 속에 망이 깔려 있어요. 이때 전기가 흐르는 경우가 있죠. 맨홀에는 항상 물이 차 있거든요. 오폐수도 있는데 이걸 퍼내고 작업을 해야 해요. 도로 위에 있는 맨홀 작업 때는 차가 다녀야 한다고 빨리하라고 운전자들이 욕하고 그러니까 그냥 야간에 하죠. 야간에는 혼자 작업하는데 밖에서 봐주는 사람도 없어요. 위험하죠. 또 맨홀 깊이가 다 달라요. 사람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목만 넣고 일해야 하는 크기도 있어요. 한여름 우기 때 침수가 잘 되는데 전기 장비를 가지고 가면 침수돼서 꺼지는 경우에는 일을 못해요. 여름철 맨홀에 가스측정 안 하고 들어갑니다. 마스크도 없이…” ― 인터넷 수리 기사 차례 들어가며_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1부_ 위험은 만들어진다: 기업은 노동자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가 상자에 손잡이를 달아주세요 조선소, 암의 위험 학교 실험실의 사업주는 누구일까? 태움, 어느 나이팅게일의 죽음 프랜차이즈 빵집, 노동권 사각지대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20년 만에 다시 만난 택시 운전사 중장년 여성들의 전유물, 돌봄노동 상상하라,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의 노동을 발암물질을 없애고 싶은 노동자들 2부_ 죽음도 차별받는 현장: 국가는 노동자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가 빛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어둠 경사 난 대한민국 영화 시장의 이면 소방관을 쓰러뜨리는 암 1인 1조 작업의 위험, 가축 위생 방역사 ‘작물보호제’라고요? ‘농약’입니다! 노후한 화학시설, 방치된 화약고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화물차 고강도 등산이 직업인 사람들 방치되고 있는 어업인의 근골격계 질환 3부_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위험한: 시민은 노동자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가 환경미화원은 왜 가장 위험한 직업이 되었을까? 아름다움을 만드는 손, 네일 아티스트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 노동자와 다른 신인류? 방문기사, 집으로 찾아오는 스파이더맨 무제한 노동에 시달리는 경비원, 노인의 일자리 벼랑 끝 택배 노동자 나가며_ 나 또는 우리 가족이 저곳에서 평생 일해도 좋겠는가 발문_ 녹색병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꿈 보도자료 다운 받기
- 숨통이 트인다 | 포도밭출판사
2015. 12. 21 출간 / 135×210mm / 196쪽 / 10,000원 숨통이 트인다 녹색 당신의 한 수 지은이: 황윤·이계삼·김주온·구자상·신지예·김은희·남우근·이유진·장서연·하승수·한재각 보도자료 절망의 시대에 부르는 희망의 노래 참담한 권력정치를 ‘삶의 정치’로 바꾸려는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다섯 명의 진솔한 출사표 뒤집힌 세상을 바로잡고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할 녹색당의 열 가지 ‘신의 한 수’ 내년 2016년 4월 13일은 제20대 총선일. 숨통을 옥죄는 갑갑한 세상을 바꾸려는 녹색당은 이미 준비된 행보를 시작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다섯 명 선출하고 당의 핵심 정책 의제들을 정리했다. 한국 정치사를 통틀어 봐도 유례없는, 그 어느 정당보다 빠른 행보이다. 준비된 정당, ‘정당다운 정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다섯 명의 희망의 출사표와 세상을 뒤집을 실력을 가진 정당으로서 녹색당이 펼칠 핵심 정책 의제들을 집약한 한 권의 책이다. 이권에 눈멀어 아귀다툼이나 하는 정치를 뒤집으려는 녹색당의 ‘꿈’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정책과 비전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녹색당의 실질적인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소신과 체험을 진솔하게 드러낸, 참으로 생소한 출사표 2012년 3월에 창당한 녹색당은 이제 창당 4년째다. 4년 동안 정당으로 활동했지만 원외정당이라 활동이 쉽지 않았다. 제20대 총선에서 녹색당은 원내정당이 되고자 벼르고 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비례대표후보를 선출하고 후보와 정책 알리기에 돌입했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하자마자 치렀던 제19대 총선에서는 0.4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0만 표를 조금 넘는 득표였다. 이후 녹색당은 한국 정치사에 드문 대안 정당으로서 권력다툼을 일삼는 타 정당들과 다르게, ‘정치의 부재’로 고통 받는 곳들을 찾아다녔으며, 탈핵, 기본소득, 동물권, 소수자, 기후변화 의제 등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해온 영역을 널리 알리며 숨통 트이는 역할을 해왔다. 그간의 눈에 띄는 활약 덕분에 이번 총선에서는 뚜렷한 비약이 기대된다. 그래서 제20대 총선이 녹색당의 주요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그 주요한 역할에 선출된 사람들이 영화감독 황윤(1번), 밀양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이계삼(2번),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김주온(3번),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구자상(4번), 오늘공작소 대표 신지예(5번) 후보이다. 정당들에게 비례대표 후보 선출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이때마다 갈등이 격화되는 일도 나타난다. 이때가 되면 전략공천이니 우선공천이니 하는 말도 들려온다. 녹색당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녹색당은 당원들의 추천으로 예비후보를 정하고, 그렇게 정해진 예비후보들이 지역 순회 토론회를 다니며 당원들을 만나고, 이후 당원 누구나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공정하게 후보를 선출했다. 그렇게 선출된 다섯 명이 『숨통이 트인다』에 정치인으로서의 출사표를 밝힌 다섯 명의 후보이다. 이들의 출사표가 참으로 생소한 것은, 그 진솔함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인으로부터 자기 당을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거나 사회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등, 목청 높인 말들을 흔히 접해왔다. 녹색당 후보들의 출사표에는 그들이 살아온 삶과 그들의 품어온 소신이 진솔하고도 강렬하게 담겨 있다. 권력정치가 아닌 ‘삶의 정치’를 하려는 이들다운 ‘참으로 생소한 출사표’이다. 정치의 부재, “우리는 환대받지 못했습니다” 국가에 배반당한 밀양 주민들은 ‘정치’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밀양 현장을 찾으면 어르신들은 그들 앞에서 넙죽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살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 들어와 활동하던 지난 4년 내내 저는 단 하루도 이 나라의 정치를, 정확히 말하면 ‘국회’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4년 동안 수십 차례나 어르신들과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자료를 들고 국회 의원회관을 누비며 호소하고 또 호소하였습니다. 때로는 진상조사단 구성을 촉구하면서, 때로는 공사 재개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때로는 밀양 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했지만 밀양 싸움을 잠재울 비장의 무기처럼 선전되던 이른바 ‘밀양법’(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지원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약칭 ‘송주법’) 제정을 막아내고자, 국회의원이 안 되면 보좌관이라도 만나기 위해 의원실을 누볐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환대받지 못했습니다. ‘정치의 부재’로 고통 받고 있는 주권자들이 주권을 위임받은 자들에게 아주 작은 책임이라도 질 것을 부탁하는 자리에서 외판원처럼, 옹송거리며, 고개 조아리며, 굽신거려야 했습니다. 어르신들과 일정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올 때마다 저는 진한 비애를, 외로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수십 번 국회를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이런 감정 속에 빠지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 <이계삼 – ‘정치政治’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정치’가 있는가?” 이것은 중요한 물음이다. 국회의원들은 기득권 유지에만, 정확히 말하면 ‘재선’에만 관심이 쏠려 있고, 그들에게 역할을 위임한 국민들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었다. ‘옹송거리고 고개 조아리고 굽신거려도’ 선거 때가 아니면 쉽게 만날 수조차 없는 이들이 국회의원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삶의 문제는 높은 곳에서 군림하는 청와대, 기득권 싸움에 혈안된 기성 정당들의 눈먼 다툼 탓에 갈수록 정치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의 부재’ 덕분에 우리 삶은 더욱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저들의 정치’가 계속 횡횡하게 내버려두면, 우리의 자리는 점점 가팔라지고 살 만한 세상은 더욱 멀어질 것이 자명하기에 결국 “가장 정치와 멀리 있을 법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하려는 것은 다름 아닌 ‘환대의 정치’, ‘우리들의 정치’다. 기존의 정치에서 지워지고 배제되어온 목소리들을 끌어당기고 그를 위해 목청을 울리는 정치, 그리하여 ‘저들’의 탐욕이 아닌 ‘우리’의 권리를 위해 힘쓰는 정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정치, 삶의 정치’, 새로운 정치의 청사진 녹색당의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녹색당이 당위를 넘어 정책 의제를 실행할 실력이 있는지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녹색당은 오히려 지금을 녹색당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 녹색당은 2012년 창당 당시부터도 ‘정책 의제가 가장 훌륭한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창당 후 4년 간은 ‘의제를 선도하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세부적인 정책과 로드맵에서도 녹색당은 다른 정당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시민사회단체와 풀뿌리 지역 네트워크들과의 결합도 탄탄하여 녹색당 의제들을 실행할 자원도 어느 정당 이상으로 갖추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숨통이 트인다』에서 재원 마련 방안부터 단계별 실행안의 개요를 소개하고 있는 기본소득 의제다(117~121쪽). 1단계에서는 중산·서민층의 직접적인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왜곡된 조세제도를 정상화하고 불로소득과 탈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예산낭비를 줄여 재원을 마련한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 103조 원으로 만 15세~만 29세의 청소년·청년,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농·어민에게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을 우선 지급할 수 있다. 만 15세부터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그 시점이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이고, 알바노동 등 저임금·불안정노동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이유는 농산물시장개방으로 인해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같은 정책 없이는 농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경제활동참가율이 38.7%로 국민 평균인 62.1%에 비해 한참 낮은 실정이고, 장애인연금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서 장애인 중에 소수만 받고 있고, 금액도 낮은 실정이다(2015년에 20만2,600원). 따라서 장애인에게도 기본소득을 우선지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1단계에서 생태세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부분적으로 생태배당을 실시한다. (…)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보편적인 소득세 증세와 생태세의 전면도입을 통하여 추가재원을 마련해나간다. 2단계에서는 전 연령대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숨통이 트인다#5 – 기본소득>에서 ‘고래 뱃속의 이물질’이 되고자 고래 뱃속의 이물질. 이계삼 후보가 비례대표 예비후보에 출마한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는 녹색당이 국회의원을 당선시킨다한들, 현실적으로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한 국회의원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냐는 회의론에 대한 나름의 답변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물질은) 당장 고래 전체의 궤도를 좌우하지는 못해도, 끝없는 저항으로써 고래를 괴롭히는 불량스러운 존재로서 고래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작지만 큰 존재감을 끼쳐서 한국 정치와 사회 그리고 민초들의 삶이 이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녹색, 당신의 한 수! 녹색당, 신의 한 수! 지금 한국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먹고살기’가 힘든 파국으로 다가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으며 기득권이 득세하는 사회 구조에서 각자생존을 강요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덮칠 재난으로써 날로 심각해져간다. 이런데도 특히 한국 사회는 아직도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결과로 FTA 및 TTP, 수출 증대, 대기업 중심의 성장안, 대규모 토건 개발, 노동법 개악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진정 “함께 살자”고 외치는 정당, 공생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전략을 세우는 정당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숨통이 트인다』는 함께 사는 ‘그날’을 위한 ‘당신의 한 수’를 제안한다. 그리고 꿈과 실력을 가진 정당으로서 ‘녹색당’이 우리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책 속에서 꿈꾸지 않으면 변화가 없습니다. 반대로 꿈꾸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이 됩니다. 이 책은 녹색의 꿈을 꾸며 정치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사람들이 바라는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겪는 모든 삶의 문제들은 정치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숨통이 좀 트인다’는 이야기가 우리들 입에서 절로 나오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 정치의 변화를 위해 당신이 놓을 한 수는 무엇인가? 당신의 실천은, 당신의 한 표는 어디로 갈 것인가? 너무 늦지 않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는 글>에서 이 나라가 죽음의 땅이 되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인 아이들을 위해, 비인간 동물들을 위해, 여성들을 위해,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해, 소수자들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유일한 서식지인 지구를 위해, 저는 이 나라 국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황윤 – 뭇 생명을 돌보는 살림의 정치>에서 제게는 이런 믿음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나와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에서 나와 ‘나 자신이 이렇게 해보려 하는 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것을 저는 문자 그대로 믿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의 정당이 바로 녹색당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녹색당이 국회로 들어가 저들의 법령과 제도가 구축한 성채에 부딪쳐 싸워야 합니다. <이계삼 – ‘정치政治’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에서 녹색당의 제안은 기존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렵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엄두조차 못 내던 것입니다. 이는 제가 기본소득을 이야기해오며 늘 마주치던 현실과 닮았습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원전을 멈춰도 전기가 있다고? 현금 소득이 조건 없이 보장되어도 일을 할 거라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한다고? 말도 안 돼. 상상할 수 없어’라는 현실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렵다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시도해야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일지라도 용기 내어 걸어야 합니다. <김주온 –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정치>에서 석유로 조직된 사회의 모든 종류의 불평등은 빛나는 태양경제, 생태경제의 틀 속에서 해체되고 재조직되어 새로운 생명 감각의 토대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럴 때 모두가 자유(自由), 즉 ‘자기의 이유’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구자상 – 강과 바다, 태양의 정치>에서 저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지역재생이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내의 공동체 안에서 공유(共有)를 통해 삶의 규모를 조절하고, 가족과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낡은 주택을 부수고,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동네를 돌보며 가꾸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삶은 바뀌더라도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틀, 즉 자기통치의 기술로서의 정치를 실현해나갈 때에야 가능합니다. <신지예 – 더불어 사는 자립의 정치>에서 차례 여는 글 숨통 트이는 정치를 위해 – 하승수 황윤 <뭇 생명을 돌보는 살림의 정치> [숨통이 트인다 #1 동물권]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품위 있는 나라를 만들자 – 장서연 [숨통이 트인다 #2 먹거리·농업]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먹거리, 식량주권과 농업 지키기 – 한재각 이계삼 <‘정치政治’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숨통이 트인다 #3 탈핵] 전기가 남아돈다, 탈핵은 가능하다 – 한재각 [숨통이 트인다 #4 민주주의] 스스로 다스리는 시민, 가장 보통의 민주주의 – 김은희 김주온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정치> [숨통이 트인다 #5 기본소득] 국민소득 4만 달러 대신 월 40만 원 기본소득을! – 하승수 [숨통이 트인다 #6 성평등·인권] 차별 없는 나라 만들기, 성평등과 성소수자인권을 구현하자 – 장서연 구자상 <강과 바다, 태양의 정치> [숨통이 트인다 #7 기후·에너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위협, 석탄화력발전과 자동차를 줄이자 – 이유진 [숨통이 트인다 #8 노동·일자리] 노동시간 단축과 녹색 일자리, 인간다운 삶과 자연을 되찾자 – 남우근 신지예 <더불어 사는 자립의 정치> [숨통이 트인다 #9 주거] 집은 모두를 위한 공유재, 머무를 권리와 토지정의 – 김은희 [숨통이 트인다 #10 교육] 교육의 판을 다시 짜자 – 김은희 지은이 소개 황윤 영화감독 이계삼 밀양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김주온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구자상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신지예 오늘공작소 대표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남우근 녹색당 정책위원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한재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소개(출처:녹색당 논평) 황윤 다큐멘터리 영화 <작별>, <침묵의 숲>, <어느 날 그 길에서>로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삶, 두만강 백두산 유역 야생동물들의 위기, 로드킬 등의 문제를 한국사회에 제기하는 역할을 했고, 2015년 개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공장식 축산과 지나친 육식의 폐해를 일깨우며 동물권 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되었고,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우수상,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환경예술인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계삼 2001년부터 11년간 중등 국어교사로 재직했던 교육자이자 교육운동가이다. 또한 <녹색평론>, <우리교육> 등 각종 매체에서 빛나는 필치로 독자들을 감동시켰던 문필가이며, 2009년 풀뿌리협동조직인 ‘밀양두레기금너른마당’을 창립한 풀뿌리 운동가이다. 2012년 2월 교직을 그만두고 농업학교를 준비하던 도중 밀양송전탑반대 주민의 분신 사망을 계기로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김주온 한국 기본소득 운동의 대표적인 활동가로 꼽힌다.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올해 3월 녹색당 대의원대회에서 당론으로 공식 채택된 바 있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2015년 6월에는 15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 참가해 <한국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과 기본소득>을 발표했다. 대학원에서 여성주의 문화연구를 공부 중이다. 구자상 ‘환경’, ‘생태’보다 ‘공해’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던 1985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부산지부 간사를 맡았으며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사무처장과 대표를 거쳤다.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지난 2012년 총선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출마해 ‘핵발전소 폐쇄’를 역설했다. 현재 부산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며,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지예 지역운동과 결합된 서울시 마포구의 사회적기업 ‘오늘공작소’ 대표다.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에서도 재직했다. 2004~2005년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를 지내며 청소년인권운동, 두발자유운동을 전개했다. 현재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며, ‘사회적경제’, ‘풀뿌리운동’, ‘청소년인권’, ‘주거권’ 등을 화두로 활약하고 있다.
- 동물의품안에서 | 포도밭출판사
엮은곳: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 지은이: 권헌익, 김기흥, 김석호, 김호경, 김환석, 박효민, 이동신, 조윤주, 주윤정, 천명선, 최태규 ISBN: 979-11-88501-30-4 (03300) 출간일: 2022년 8월 26일 정가: 17,000원 제본: 무선 쪽수: 272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역사/문화 > 역사일반 > 인류학 국내도서 > 인문 > 주제로 읽는 인문학 > 동물 국내도서 > 과학 > 동물과 식물 > 동물 일반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인문학 일반 동물의 품 안에서 엮은곳: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 지은이: 권헌익, 김기흥, 김석호, 김호경, 김환석, 박효민, 이동신, 조윤주, 주윤정, 천명선, 최태규 책 소개 동물이 뜻하려는 바를 알아듣기 위한 도전들 동물과 위계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들 인간-동물 관계의 새로운 이론들과 동물 해방의 실천들 『동물의 품 안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는 인간-동물 관계 이론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더 이상 생명을 착취하지 않는 변화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으로서 동물 해방 운동이 벌어지는 주목할 만한 현장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론과 실천의 협업을 통해 동물이 뜻하려는 바를 알아듣기 위한 도전을 강화해나가고 동물과 위계적이지 않고 비폭력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들의 목적이다. 보도자료 자연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 활력을 독차지하고 낭비하고 결국 파괴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공간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으며 인간 아닌 다른 생명들이 머물 공간은 그만큼 좁아져간다. 이러한 불균형의 심화는 생태계를 무너뜨리며 심각한 기후재난을 초래한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이 고민은 지금의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질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는 지구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의 일원으로서 공생하며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 생명을 착취하지 않는 변화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어느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할까. 이 시급한 변화를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이론과 실천의 도전이 필요하다. 생명과 생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자연, 인간-동물의 이분법적이고 위계적인 관계와 규범을 넘어 ‘공존’과 ‘얽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동물의 품 안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공존과 얽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변화한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고 예견하게 하는 새로운 연구와 이론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현장에서의 주목할 만한 실천들의 사례를 구체적인 맥락들과 함께 전하고 있다. 동물이 뜻하려는 바를 알아듣기 위한 도전들과 동물과 위계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들의 다양한 사례가 책에 담겨 있다. 이 이야기들이 발판이 되어 인간-동물의 새로운 관계망들이 조직되고 동물 해방의 실천들이 더 많은 곳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동물의 품 안에서』의 집필에는 인문학(문학), 사회과학(사회학, 인류학), 자연과학(수의학, 생태학, 동물행동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필자들은 인간-동물 관계에 관한 이론, 역사, 사회적 의의 및 정책 등을 심도 깊게 논의했고 다시 각자의 현장의 이야기와 접목하여 글을 완성했다. 이 책은 1부에서 인간-동물 관계의 이해를 위한 이론을 살펴보고, 2부에서 사회 속 동물과 관련한 이슈를 다루고, 마지막 3부에서는 인간-동물 관계의 실천 사례를 살펴본다. 1부의 세 편의 글은 인간-동물 관계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이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권헌익은 「애니미즘의 역사」 에서, 애니미즘이 인간중심주의적 측면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에 주요한 토대를 제공했음을 밝힌다. 더불어 동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어떻게 우리에게 애니미즘적인 경험들을 제공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사회과학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 보이는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애니미즘이라는 “둥치에서 나왔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헌익은 말한다. 김환석은 「신유물론, ANT, 그리고 동물연구」 에서 21세기에 급부상하고 있는 신유물론과 인간-동물 관계의 접목을 시도한다. 더불어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을 인간-동물 관계에 적용시키면서 인간-동물 관계를 좀 더 확장된 비인간존재들의 연결망 내에서 조망한다. 이동신은 「동물, 감정,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 에서 20세기 후반 등장한 ‘문학적 동물 연구’에 주목하면서, 동물을 은유적으로만 상상하고 해석하던 인간중심주의적 문학 전통에서 벗어나 인간-동물 관계를 탐구하는 문학비평의 가능성을 타진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동물 그 자체에 주목하는 상상력”이라고 강조한다. 2부의 네 편의 글은 사회 속 동물과 관련한 이슈를 다루는 동물 연구의 현황을 소개한다. 박효민은 「동물과 사회학」 에서 인간과 여러 형태로 상호작용하는 동물이 사회학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포함되지 되지 않았던 이유를 살펴보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 사회학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동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일상적 삶의 방식이나 사회구조의 구성에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천명선·조윤주는 「동물에 대한 이해와 관계 맺음」 에서 인간이 동물을 탐구해온 역사를 정리한다. 인간이 동물을 정의하고, 동물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온 다양한 방식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과정 자체가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반영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김기흥은 「질병 경관을 통해 본 인간-동물-병원체의 관계」 에서 국내에서 2000년 이후 발생했던 감염병과 방역 정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루기 위해 질병경관(disease-scapes)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질병은 고정되고 닫힌 체계라기보다 유동적이고 해석적 유연성을 가진 실체이며 다양한 행위자들에 의한 수행을 통해 생성되는 다중적 실체이기에, 질병의 이러한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질병의 탈식민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식임을 주장한다. 주윤정은 「인간-동물 관계와 생태정치」 에서 생태정치의 방식과 사례에 대해 논의한다. 환경사회학, 동물권, 얽힘의 관계 속에서 인간-동물 관계의 생태정치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분석한다. 더불어 인간-동물 관계의 정치성을 코스모폴리틱스라는 관점을 통해 살펴보며, 얽힘과 경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3부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사건들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인식 변화가 어떻게 동물과의 새로운 관계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 관계 변화에서 비롯된 행동들이 어떻게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살펴본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최태규는 「한국의 사육곰과 인간의 특이한 관계, 변화」 에서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농가에서 사육하던 곰을 보호 동물 거주처인 생추어리로 옮겨오기 위해 2015년경부터 활동한 시민단체들의 노력을 정리했다. 김호경은 「인간이 바꾼 돌고래의 삶, 인간의 삶을 바꾼 돌고래」 에서 2013년에 돌고래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제주 앞바다로 방류하기까지 진행된 전문가, 활동가, 정치인 들의 활동을 담았다. 지은이 소개 권헌익 런던 정경 대학 인류학 교수로 재직했고 2011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사회인류학 석좌교수로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메가아시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2008), 『또 하나의 냉전』(2010), 『전쟁과 가족』(2020), 『관계와 경계』(공저, 2021) 등을 썼다. 김기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과학기술학 관련 주제를 가르친다. 과학기술학과 의료사회학 관련 주제를 연구한다. 『Social Construction of Disease』(2007), 『광우병 논쟁』(2010), 『포항지진 그 후』(공저, 2020), 『관계와 경계』(공저, 2021) 등을 썼다. 김석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지역사회학회 회장과 『조사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Lack of Dream-Capital among Korean Youths: Rationally Chosen or Culturally Forbidden?」(2018), 『한국정치의 재편성과 2017년 대통령선거 분석』(공저, 2019), 『공정한 사회의 길을 묻다』(공저, 2021) 등을 썼다. 김호경 서울대학교 대학원 환경교육 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에서 동물행동생태학을 전공하고, 전시기획사, 동물원, 자연사박물관에서 과학 전시 및 교육 콘텐츠를 기획·운영하는 일을 해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의 ‘사이언스 아뜰리에’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여 〈멸종위기 생물카드〉, 〈생물×생각 다양성 App〉 등을 기획했다. 김환석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학회와 한국이론사회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과학기술사회학과 현대사회 이론이 주된 연구 분야다. 『신유물론』(공저, 2022),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공저, 2020), 『포스트휴머니즘과 문명의 전환』(공저, 2017), 『모빌리티 시대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공저, 2017) 등을 썼다. 박효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조교수.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심리학, 공정성, 이주민, 인간과 동물 간의 공정성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의 길을 묻다』(공저, 2021), 『관계와 경계』(공저, 2021), 「공정성 이론의 다차원성」, 「Reward stability promotes group commitment」, 「Traumatic Stress of Frontline Workers in Culling Livestock Animals in South Korea」 등을 썼다. 이동신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포스트휴머니즘과 미국현대소설 및 SF 소설을 연구한다. 『A Genealogy of Cyborgothic: Aesthetics and Ethics in the Age of Posthumanism』(2010), 『다르게 함께 살기: 인간과 동물』(2021),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공저, 2021), 『관계와 경계』(공저, 2021) 등을 썼고, 『갈라테아 2.2』(2020) 등을 번역했다. 조윤주 서정대학교 반려동물과 교수. 수의학을 전공했으며 유실·유기동물 관리 방안과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대해 연구한다. 『관계와 경계』(공저, 2021) 등을 썼다. 주윤정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인권, 소수자, 생태평화, 다종간 정의multispecies justice 등을 연구한다. 『보이지 않은 역사: 한국시각장애인의 저항과 연대』(2020), 『관계와 경계』(공저, 2021), 「스탱게르스의 가이아와 강정에서 고사리 꺾기: 이야기, 실천의 생태학, 관심을 기울이기」(2022), 「경이와 돌봄의 정동:천성산과 제주의 여성 지킴이들」(2020) 등을 썼다.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수의학에서 인문사회학적인 측면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근대 수의학의 역사』(2008), 『동물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고요?』 (공저, 2021), 『관계와 경계』(공저, 2021) 등을 썼고, 『동물에게 인간은 무엇인가』 (공역, 2018) 등을 번역했다. 최태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사과정. 동물복지를 공부한다. 웅담 채취용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시민단체인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결성해 활동한다. 『동물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고요?』(공저, 2021), 『관계와 경계』(공저, 2021) 등을 썼다. 엮은곳 소개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는 2018년 “인간-동물 관계의 전환: 신사물론적 경계 허물기”라는 주제의 서울대학교 교내지원사업을 진행하는 연구팀으로 출발해, 2019년 “위계에서 얽힘으로: 포스트휴먼시대의 인간-동물 관계”라는 제목으로 교육부 인문사회기초연구사업에 선정된 후 현재까지 활동을 잇고 있는 연구팀이다.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는 인문학(문학), 사회과학(사회학, 인류학), 자연과학(수의학, 생태학, 동물행동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융합연구 네트워크로서 인간-동물 관계에 관한 이론, 역사, 사회적 의의 및 정책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개진해왔다. 연구팀은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조우하는 학교 현장에서도 ‘생성(poiesis)’의 의미를 강조하며 새로운 이론과 실천이 생성되는 계기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동물의 품 안에서』의 집필과 출간 역시 그러한 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책 속에서 동물은 이성이 없고 본능에 따라 살고 훈련받은 데로만 행동한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흔하지만 인간-동물 관계를 실천해본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틀렸음을 안다. 키우는 강아지의 여러 가지 표정, 소리, 몸짓을 지켜보면서, 이건 무슨 뜻이고 저건 무슨 뜻인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10~11쪽 오랫동안 인간은 동물이 뜻하려는 것을 인간이 알 수 없다고 단정해왔다. 그러면서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무시하거나 몇 가지 본능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해온 것이다. 이제 새롭게 인간-동물 관계를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시도는 바로 그렇게 단정해온 방식, 한 가지 해석만을 고수했던 태도를 버리는 데서 시작한다. - 11쪽 인간과 동물의 관계적 지평에 관한 지적 관심 뒤에는 특정한 역사적 환경과 배경이 있다. 당연히 역사결정론적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인간이 인간 이외의 생명들에 갖는 관심은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만든 세계, 즉 인간의 조건과 그들이 처한 역사적 환경의 표현이다. - 22쪽 지난 20세기 상징·표상으로서의 인간-동물 관계가 사회이론의 토대가 되었다면, 21세기에 들어서서 인간-동물 관계는 이 책의 여러 저자들이 지적하듯이 존재론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는 근대성 비판이나 근대 이데올로기의 인간중심주의 비판 등 여러 결들이 있지만, 새로운 애니미즘적인 측면도 있다. - 39~40쪽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을 포함한 신유물론은 인간-동물 관계와 그 윤리에 대한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 또 역으로 동물연구를 통해 이런 이론적 접근은 보다 풍부한 내용을 지닐 수 있다. 이 모두는 관계적 행위성의 개념, 그러한 행위성과 연관된 공간적 윤리, 그리고 동물의 타자성을 감지하려는 세심한 노력에 의해 추동되는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마주침들은 공간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한 접근을 통해 연구될 필요가 있다. 우리 인간들과는 다른 타자의 신체들, 타자의 스케일들, 타자의 공간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는 인간과 동물의 마주침들에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 - 59~60쪽 동물을 감정의 정제된 은유이자 공감의 매개체로 사용한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애니미즘과 같은 종교적 관습이 아니더라도 동물은 신화와 문학에서 상징적 존재로 항상 등장해 왔다. 그렇지만 정작 동물의 감정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71쪽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오랜 시간 인간과 장소를 공유하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친근한 가족 구성원으로, 때로는 동력원이나 재산으로, 상황에 따라 식량으로 혹은 그 밖의 다른 형태로 관계를 맺어 왔다. 이와 같이 동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일상적 삶의 방식이나 사회구조의 구성에 크게 영향을 미쳐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지금까지 사회학의 탐구 대상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일면 의외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사회학의 역사 속에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 98쪽 문명과 학문의 발달에 힘입어 동물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한 성과는 생물학과 수의학, 그리고 농학과 같은 전문 학술 분야로 쌓여 왔다. 그러나 동물은 단순히 죽이고 관찰하고 이용하는 대상만은 아니었다. 인간은 ‘길들임’이라는 독특한 이종 간의 관계(multi-species relationship)를 발전시켰다. 인간 사회에서 동물은 다양한 종류의 노동과 관계에 참여한다. 이 관계 안에서 인간은 동물과 소통하고 동물을 이용하며, 동시에 보호하고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개별적 그리고 집단적 경험과 인식은 문화가 된다. - 130쪽 그렇다면 동물의 입장은 어떨까? 인간과 접촉한 동물의 일부는 인간 사회로 깊숙이 관여되어 들어왔고, 일부는 인간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어떤 형식으로든 상호작용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또 일부는 인간과 접촉을 두려워하며 가능한 인간으로부터 멀어져 있기를 택한다. 동물은 인간과의 경험을 통해 인간-동물 관계를 어떻게 학습할까? - 149~150쪽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문제의 근본적 이해는 결국 인간-동물-병원체의 삼각관계에 관한 이해를 통해 가능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삼각관계는 맥락의존적이고 우연적이다. 인간-동물-병원체의 관계의 양상을 가시화시킬 수 있는 지점이 바로 ‘방역전략’이다. -165쪽 이 글에서 제안했던 대로 질병을 단순히 고정되고 고립된 병원체-환자(숙주)의 관계에서 보는 것을 넘어 유동적이고 수행적인 형태의 질병, 즉 ‘질병경관’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점은 메르스의 경험에서도 드러난다. 상당히 과학주의적 입장에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으로 취급되어 온 세계보건기구의 표준지식(매뉴얼, 가이드라인 등)도 실제로는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는 지식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질병의 공간과 현장에서부터 세계보건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만들어진 질병경관을 통해 질병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 196쪽 생태정치의 장은 다양하다. 반려동물과의 관계 문제, 공장식 축산의 문제, 야생동물의 문제, 도시에서 인간과 새의 공존의 문제 등 그 범위가 무척 다양하다. 현재까지의 인간 중심적 세계는 비대칭성을 통해 한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했다. 한 예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 전염원으로 멧돼지가 지목됐을 때 수많은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멧돼지들은 무차별하게 살상되었다. 인간은 이 돼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 열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 살처분 노동자뿐만 아니라 죽음을 맞은 돼지들의 입장 역시 헤아려야만 한다. 나아가 공장식 출산에 의존해 육식을 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본원적 한계를 인정하되 모든 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232~233쪽 살아 있는 곰에게서 웅담을 채취하는 것이 문제라는 뉴스는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골 뉴스다. 앵커의 멘트가 끝나면 한국인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익숙한 장면이 등장한다. 불안정한 카메라 앵글이 흔들거리며 녹슨 철제 기구가 털 사이에 박힌 맨질맨질하고 까만 털가죽을 비춘다. 꿈틀거리는 반달가슴곰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고통의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동물학대와 비위생적 보신문화라는 비난이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절로 나오지만, 수십 년 동안의 공분이 정책이나 법으로 가닿지는 못했다. 그리고 2021년에도 여전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238쪽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018년 가을, 네 명이 시작했다. 세 명이 수의사고 한 명은 환경운동가였다. 이들은 사육곰 문제에 집중하는 조직이 있다면 사육곰 산업의 규모나 한국의 경제적 수준, 동물보호 인식의 성장을 감안했을 때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이제껏 해결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540여 마리의 곰이 34개 농장에 살고 있는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5년 안에 생추어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가장 먼저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사육곰 생추어리를 찾아가 생추어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묻기 시작했다. - 245쪽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도움을 받아 화천 농장의 사육곰 15마리를 매입해 돌보면서 1년 내에 곰 생추어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생추어리에서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이 사람의 관리를 받으면서 죽을 때까지 그들이 하도록 진화한 본연의 행동을 보장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화천에서 구조된 곰들은 대부분 노령에 접어들었고 두 마리는 이미 죽었다. 이들이 죽기 전에 너른 들판을 달리고 나무를 오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 곰들의 복지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곰들의 삶이 바뀌고 그 모습을 사회에 보여 주는 것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반성의 과정에 함께하기를 바란다. - 251~252쪽 2011년 7월 14일 해양경찰청은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26마리를 구입하고 불법 유통해 온 혐의로 제주 퍼시픽랜드와 관계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구입한 남방큰돌고래 중 공소시효에 따라 2009년 5월 이후 불법 취득한 11마리에 대해서만 법 위반이 적용되었다. 그중 10마리는 2011년 당시 퍼시픽랜드에서 보유 중이었고 나머지 1마리가 서울대공원에 있던 ‘제돌이’였다. - 257쪽 돌고래 야생 방류는 우리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시각과 방식을 다시 생각하고 스스로 변화하게 했다. 인간은 욕망에 따라 동물을 인간의 방식으로 지배하고 이용하는 데 익숙했고, 이러한 가해를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은폐해 왔다. 즐거움과 안위를 위해 동물의 자유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미 수족관으로 들여온 돌고래는 인간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의 모습은 인간의 교만한 인식을 흔들었다. 자유를 되찾은 돌고래들은 자신들이 고유한 생명의 주체임을 증명했다. - 269~270쪽 차례 서문 인간-동물 관계 연구의 이론과 실천 [김석호·이동신] 1부 동물과 이론 애니미즘의 역사 [권헌익] 신유물론, ANT, 그리고 동물연구 [김환석] 동물, 감정,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 [이동신] 2부 동물과 사회 동물과 사회학 [박효민] 동물에 대한 이해와 관계 맺음 [천명선·조윤주] 질병 경관을 통해 본 인간-동물-병원체의 관계: 구제역과 메르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김기흥] 인간-동물 관계와 생태정치 [주윤정] 3부 인간-동물 관계의 실천 사례 한국의 사육곰과 인간의 특이한 관계, 변화 [최태규] 인간이 바꾼 돌고래의 삶, 인간의 삶을 바꾼 돌고래 [김호경] 보도자료 다운 받기
- 오후 네 시의 풍경 | 포도밭출판사
지은이: 김정선 ISBN: 979-11-88501-07-6 (03810) 출간일: 2019년 4월 5일 정가: 13,000원 제본: 반양장 쪽수: 272쪽 판형: 128×188mm 분야: 에세이 > 한국에세이 오후 네 시의 풍경 지은이: 김정선 책소개 오후 네 시에, 우리는 ‘누구’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후 네 시’를 응시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어색한 이들에게 보내는 신호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의 저자 김정선이 5년간 쓴 60편의 에세이. 저자는 ‘평생을 남의 삶을 살 듯, 시차 적응에 실패한 여행자처럼 살아온’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시간이 오후 네 시라고 말한다. 하루를 마감하기엔 이르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시간. 살아 있으나 죽은 시간. 그런 오후 네 시마다 그는 고개를 들고 풍경을 보았다. 그리고 쓸 수 있을 때마다 한 자 한 자 썼다. 이 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후 네 시의 존재’인 그가 응시하는 세상의 이야기다. 그리고 오후 네 시면 어색하게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는,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보내는 찌릿찌릿한 신호다. 보도자료 살아 있음이 어색한, ‘오후 네 시의 존재’들에게 보내는 신호 사람들은 내게 혼자 일하니 외롭겠다고 말하지만, 혼자 일하긴 해도 그 때문에 외로운 건 아니다. (…) 저자나 번역자, 편집자는 물론 디자이너까지 자신의 창의성이나 아이디어를 책에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지만 교정 교열자인 나는 그럴 수 없다. 내가 일한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니까. 마치 그 옛날 빈방에 홀로 앉아 까맣게 잊혔던 그때처럼, 나는 존재하면서도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 혼자라고 느끼기에 맞춤한 조건이 아닌가. —「홀로, 나와 함께」 중에서, 64쪽 저자는 누군가의 원고를 서너 번 이상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교정 교열자로 일한다. 하지만 타고난 성정은 지독한 덤벙이임을 고백한다. 심장 수술 후유증으로 몸 한쪽이 자유롭지 않은 어머니 간병은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일과다. 그는 왜인지 여럿이 함께 있을 때면 혼자라고 느끼고, 마침내 혼자가 되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 든다. 책과 타인의 문장들은 그에게 자주 소외감을 안기지만, 이제 그것들은 여러 의미에서 떠날 수 없는 거처나 다름없다. 그는 오랫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았다고 회고한다. ‘존재하면서도 존재감이 없어야 하는’ 교정 교열 작업처럼 자신의 정체성도 그렇게 닮아온 걸까. 늦게 잠들고 늦게 깨는 일상 탓에 그에게는 ‘오후 네 시’ 즈음이 특별하다. 오후 네 시는 어떤 시간인가. 하루를 마감하기엔 이르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시간. 살아 있으나 죽은 시간. 그래서 어색한 시간. 하지만 가만 보면 의외로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 작가는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시간이 오후 네 시라고 말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후 네 시에 나는, 너는 어떤 존재인가. 그것이 궁금한 작가는 이 ‘특별한 유형지’ 같은 오후 네 시의 풍경들을 응시한다. 그리고 자신이 본 세상의 이야기를 발신한다. 오후 네 시면 어색하게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는, ‘오후 네 시의 존재’들을 향해. 돌아보면 내게 집은 늘 어두웠고 거리는 필요 이상으로 밝았다 돌아보면 내게 집은 늘 어두웠고 거리는 필요 이상으로 밝았다. 하여 나는 집에선 불행한 척해야 했고, 거리에선 행복한 척해야 했다. 나는 그게 내게 주어진 삶에 적응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집으로 가는 길」 중에서, 98쪽 김정선 작가는 ‘아침형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여기에는 사정이 있다. 낮에는 어머니 간병을 하고, 늦은 오후부터 교정 교열 일을 시작한다. 간병 뒷정리와 이런저런 집안일을 겸하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적막을 쫓으려고 때 지난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을 소리를 낮춰 틀어두기도 한다. 자세를 고쳐 앉고 교정지 위로 시선을 떨구다 문득 시계를 보면 어느새 새벽녘. 늦게 잠들고 늦게 눈을 뜬다. 다른 생활을 선택할 방도는 잘 없다. 어머니를 모실 사람이 자신뿐이라서. 그러다 2010년경에 인터넷 서점 블로그를 시작했다. 남의 삶을 살다가 비로소 자기 삶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드는 무렵이 ‘오후 네 시’여서일까. 블로그 이름은 ‘오후 네 시의 풍경’이라고 지었다. 오후 네 시. 일반적으로는 근무 시간의 말미. 뭔가를 끝내기도 뭔가를 시작하기도 애매한 느낌이 지배하는 시간. 작가는 ‘오후 네 시’를 창구 삼아 5년 가까이 차곡차곡 글을 썼다. 집의 어둠과 거리의 밝음, 그리고 그사이의 어스름을 응시하는 자신에 대해서. 슬픔에 붙들린 자는 하염없이 나열한다 슬픔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나열하는 것이다. 예고 없이 찾아드는 오열로 슬픔을 처리하지 못하고 오랜 슬픔에 붙들려 있는 자는 무언가를 하염없이 나열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나열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나열한다. 그것은 의미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중심을 뺏는 것이랄까. 분노나 희열에 사로잡힌 자가 중심에 집착하는 것과 달리 슬픔에 잠긴 자는 그 중심이 버겁기만 하다. —「나열하는 자의 슬픔」 중에서, 176쪽 쓰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오열로 슬픔을 처리하지 못하고 오랜 슬픔에 붙들려 있는 자’는 작가 자신이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나열하기’다.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고 나열하기. 하지만 이로써 버겁기만 한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슬픔에 잠겼을 때, 슬픔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행위로 작가가 글쓰기를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26년째 교정 교열자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지독한 덤벙이 워낙 멍한 채로 지내기 일쑤여서 이것저것 잃어버리는 게 장기 아닌 장기던 시절이었다. 실내화 주머니에 실내화는 물론 우산이며 필통, 장갑 등등 그 당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모두 모으면 문구점 하나는 거뜬히 차렸을 것이다. (…) 물론 지금도 그러는 건 아니다.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까. 글쎄, 그보다는 남이 쓴 글을 한 자 한 자 확인해야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지 싶다. 그사이에 다시 확인해보고 따져보고 점검해보고 그래도 안심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일이 습관이 된 탓이리라. —「신발 한 짝」 중에서, 168~169쪽 누군가 쓴 원고를 한 자 한 자 꼼꼼히, 못해도 서너 번 이상 거푸 들여다봐야 하는 교정 교열 일. 그 일을 26년째 하고 있으며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등의 책을 내며 ‘교정의 숙수’ ‘문장 수리공’ 등의 이름까지 얻은 저자는 의외로 자신이 지독한 덤벙이라고 고백한다. 어릴 적 학교에 갔다가 어딘가 신발 한 짝을 벗어두고 맨발로 집에 돌아왔을 정도로. 밖에 나가면 무엇이든 잃어버리고 돌아오기 일쑤이던 아이. 그는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를 속으로 연발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고 한다. ‘괜찮다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뿐만 아니라 같이 신발 한 짝을 벗어버리고 나란히 터덜터덜 걸어보겠다고 한다. 본성대로 살지 못하고 가슴 졸이는 삶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타인의 문장들 속 세상이 외롭고, 좋았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 읽은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에서 나는 이런 문장과 만났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신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신기하게 만드는 것이 글인 줄 알았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거꾸로다. 모든 글은 신기한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신기한 것이다. —「소설 이야기, 둘」 중에서, 194~195쪽 리베카 솔닛은 그의 책 『멀고도 가까운』에서 글쓰기를 이렇게 정의한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라고. 언뜻 불가능한 일,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행위가 다름 아니라 글쓰기다. ‘책’은 그 신기하고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독자이자 교정 교열자로서 김정선 작가는 많은 시간을 그 현장에 머문다. 그리고 스스로도 글을 쓴다. 외롭고, 어색하고, 좋은 순간들에 대해. 지은이 소개 김정선 아침형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내 인생에서 오전은 대개 비몽사몽간에 지나가버린 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밤의 삶을 흥겹게 산 것도 아니니, 내 삶을 굳이 규정하자면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오후의 삶 정도가 되지 않을까. 교정 교열자로 살면서 5년 가까이 ‘오후 네 시의 풍경’이라는 인터넷 서점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다.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소설의 첫 문장』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등의 책을 냈다. 추천사 김정선 작가를 내 맘대로 하나의 표현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어색함’이라는 단어를 고르겠다. 그는 어색해하는 사람이다. 모든 것이 어색해서,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서, 모든 것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 자기 자신을 꼭 닮아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채로 어색할 뿐인 오후 네 시라는 시간 속에 자신의 모든 어색한 순간을 담아 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 일은 생뚱맞지만 오후 네 시에 알람을 맞추는 것이었다. 한동안 매일 오후 네 시가 되면 알람이 울리고, 알람이 울리면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 내 앞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는지를 살폈다. 출출해서 누룽지를 끓여 먹는데 알람이 울리기도 했고, 지하철 안에서 졸다가 알람에 깨기도 했다. 보통 알람은 대단치 않은 순간들에 울렸다. 그래도 그때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살아 있다’는 것이 되게 어색하게 느껴져서 시시한 순간에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자주 짓곤 했다. 그러던 지난 일요일에는 ‘리스본’이라는 작은 책방에서 친구에게 선물할 시집을 고르고 있는데 알람이 울렸다. 고개를 드니 통유리 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였고 그 아래로 모처럼 화창한 오후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유유하게 움직였다. 마침 손에 들려 있던, 친구를 위한 선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시집 위로 고개를 떨구며 나는 ‘살아 있다는 거 너무 좋은 거네’라고 생각했다. 김정선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을 때처럼 이번에도 나는 그가 무심한 듯 흘린 활자들을 그냥 천천히 따랐다. 이제 이 책은 다 읽어버렸지만, 하루 한 번 고개를 들고 나의 세계를 어색하게 바라보는 이 책이 남긴 규칙은 계속 이어가 보려고 한다. 알람이 울린다. 고개를 들 시간이다. - 요조(뮤지션, 책방무사 대표) 책 속에서 성인이 되어서도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오히려 혼자라고 느끼고, 마침내 내 거처로 돌아와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혼자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버릇은 여전했다. (…) 일을 하다가 쉴 때나 하루 일을 마치고 내 거처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혼자인 상태에서 벗어나 ‘나’와 단둘이 있게 되는데, 물론 이런 상황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외로움이란 나와 단둘이 남은 상황을 어색해하는 정서고, 고독감이란 그 상황을 즐기는 정서라고 한다면, 외로움을 느낄 때도 적지 않으니까. —「홀로, 나와 함께」 중에서, 64~65쪽 나는 그 사내가 마치 세상의 멱살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몸을 부여잡고 흔들며 묻고 싶어졌다. 어떻게 살면 되는 건데요, 대체 난 뭘 하면 되냐구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멱살을 내게 내어준 채로 외려 나를 흔들어댈 것만 같았다. 그걸 몰라서 물어?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고? —「키키키」 중에서, 81쪽 어지간해서는 거짓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다. 윤리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 말하자면 정직함이란,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무수한 눈들을 당당히 마주보는 것이다. 반면 솔직함은 내 안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단 하나의 눈과 마주하는 것이고. 이건 또 하나의 나인 경우도 있고 나조차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저 시선 그 자체인 경우도 있다. 밖에서 나를 보는 무수한 눈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지만(눈 한번 질끈 감으면 그만이다), 내 안의 시선은 눈을 감는 순간 더 선명하게 보인다. —「과연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중에서, 88쪽 일에 지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새벽길, 문득 올려다본 감청색 하늘에 달이 떠 있다. 대보름달이라 유난히 밝고 둥그런 달. 아, 달이구나. 나는 하루 종일 글자를 들여다보느라 잔뜩 충혈이 된 눈으로 달을 보았다. 진짜 달이었다.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가 산다는 이야기 속의 달이 아니라 진짜 달. (…) 너무 동그래서 외려 달 같지 않아, 그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는 달. 갑자기 내가 세상 모든 이야기의 바깥에 슬쩍 비켜서 있는 것만 같았다. —「달을 보았다」 중에서, 101쪽 간혹 도서관에서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혹은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있다가, 그 자세 그대로 내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더 이상 내가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이다. 어떤 때는 삼십 초에 불과하지만, 어떤 때는 오 분 가까이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고개를 약간 기울이거나 세운 채로 혹은 펜을 손에 쥔 채로, 아니면 다리를 꼰 채로 영원히 그대로 굳어질 것만 같다. 그러다가 나는 깨닫는다. 내가 마침내 스스로를 나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니, 슬픔이 나를 나열하고 있다는 것을. —「나열하는 자의 슬픔」 중에서, 176~177쪽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나는 무섭도록 말이 없는 학생이 되었다. 그냥 멍한 표정으로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다가 하굣길에 선배에게 경례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뺨을 맞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해 겨울 아버지는 또 양복값을 받지 못했고, 60권짜리 한국문학전집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이광수에서 시작되는 그 책들을 나는 겨울방학 동안 한 권씩 읽어나갔다. 그리고 교보문고를 다니며 용돈으로 책을 사기 시작했다. 톨스토이로 시작되는 소설책들을. —「소설 이야기, 하나」 중에서, 192~193쪽 차례 여는 글 1장 오늘은 우는 날 탈장 10초 비는 사람의 마음과 부딪칠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왜 죽였냐고요? “하늘에게도 정이 있다면 하늘 역시 늙을 것이다” 책 이야기 총각무와 김 그리고 숭늉 냅킨과 절편 오늘은 우는 날 홀로, 나와 함께 찌릿찌릿 전파사 중독, 그 교차로에 갇히다 키키키 악마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상의 한 점 2장 깜빡 잊었다 과연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세 번이나 살아야 한다고? 머릿속의 벽돌 집으로 가는 길 달을 보았다 나와 우리 안과 밖 우체국에서 악마가 말했다, 내가 아니라 깜빡 잊었다 기억의 집 수건 공동체 가을 풍경 잡스러움에 대하여 어려운 일과 힘든 일 3장 질문과 답 엄지손가락 우거지된장국 문상 이등병 신발 한 짝 메커니즘 칠집 김씨 나열하는 자의 슬픔 치욕과 사랑 소설 이야기, 하나 소설 이야기, 둘 소설 이야기, 셋 우울한 편지 질문과 답 곤경에서 벗어나다 4장 아름다운 구석 사랑의 감수성, 하나 사랑의 감수성, 둘 사랑의 감수성, 셋 고량주와 까마귀 황두수 이야기 낮과 밤 국어사전의 사랑법 “나는 휴일마다 죽을 것이다” 가장 감동적인 서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문 다른 것이 없지는 않다 외주 교정자로 살아가기 감자전과 김치죽 어떤 것들 아름다운 구석
-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2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32-8 (03800) 출간일: 2023년 2월 24일 정가: 16,000원 제본: 무선 쪽수: 280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 에세이 국내도서 > 문학 > 세계문학 국내도서 > 고전 > 고전문학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2 지은이 : 김정선 책 소개 “책을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책의 진정한 주인인 당신들에게 인사처럼 또는 우리만의 신호처럼 이 책을 보내고 싶다.” 이 책은 대전에 사는 50대 사람 김정선이 세계 문학 작품들을 읽으며 쓴 기록이다. 앞서 출간한 1권에서 1백 권(작품 수로는 70편)을 읽고 쓴 데 이어 이번 2권에서는 64권(47편)을 읽고 썼다. 이번 책에서 김정선의 말투는 좀 더 편안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상도 더 자유롭고 풍성해졌다. 물론 마음이 단단히 뭉친 날의 기록도 있다. 그런 날에도 그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썼다. 성실하게. 이것은 일종의 독서일기이다. 전문가인 양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하는 부분은 없다. 소설 속 인용문을 뽑고, 간단한 일상과 마음 상태를 적고, 읽은 책의 줄거리를 꼼꼼하게 적었다. 마지막에는 짤막한 감상평. 이 간소한 형식이 내내 반복된다. 기본적으로, 김정선은 해석하고 규정하는 권위에 반발한다. 반평생 이상 규칙을 엄중히 지키는 임무를 가진 교정 교열자로 산 그는, 그것도 세계 문학 교정 교열 일을 가장 오래한 그는, 규칙과 규정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권위라는 것이 따져볼수록 허술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김정선은 외부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기 안의 목소리, 내면의 안내자를 따르고자 한다. 이 책에서 김정선이 알베르 카뮈를 평가하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존 해석들에 대한 김정선의 설득력 있는 의심을 읽는 일은 무척 유익하고 또한 재미있다. 김정선이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세계 문학을 읽기 시작한 때가 2020년 6월. 김정선은 지금도 그가 은신처로 여기는 공간에서 세계 문학을 읽고 소감을 기록하고 있다. 두 해가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무척 성실하게 문학을 읽고 감상을 쓰면서 김정선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독자마다 저마다의 대답을 찾겠지만 그중의 하나를 꼽아보자면, 김정선이 찾는 것은 소통이 아닐까 싶다. 책과 자신과의 소통. 자신과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와의 소통. 독자와 자신이 소개하는 책과의 소통. 이렇게 관계를 확장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곳이 어떤 차원에서는 우리 모두의 은신처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의 책읽기는 이 세상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든 숭고하게 또한 평등하게 머물 수 있는 성소(聖所)로 만들려는 묵묵한 순례 같기도 하다. 표지에는 김정선과 함께 사는 ‘연필이’(연필선인장)와 편집자 최진규와 함께 사는 ‘고다’(고양이)를 나란히 그려 넣었다. 지은이 소개 김정선 이십 대 후반부터 오십 대 중반까지 단행본 출판물 교정 교열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오후 네 시의 풍경』, 『열 문장 쓰는 법』, 『끝내주는 맞춤법』,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등의 책을 냈다. 대전에서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끼적이며 산다. 책 속에서 경남 창원시엔 ‘화이트래빗’이라는 북바(Bookbar)가 있다. 말 그대로 술과 책을 함께 파는 곳이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권 북토크 때문에 갔었다. 기차를 타고 마산역에 내려 버스로 이동한 뒤에도 골목을 한참 걸어 들어가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북바’가 있을 만한 골목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 하며 고개를 여러 번 갸우뚱거렸더랬다. 어디선가 “계란이오, 계란!” 하고 쥐어짜는 목소리를 앞세우고 계란을 잔뜩 실은 트럭이 나타날 것만 같은 그런 골목이었다. 미닫이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술병보다도 더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게 특이하달뿐 그냥 좁고 어둑신한 바였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주당이었다면 ‘천국이 따로 없군!’ 하고 감탄했겠지만, 술을 못 마시니 뭐랄까, 아늑한 아지트 같았달까. 상호 그대로 토끼들이 오종종 모이는 토끼굴 같은 아지트. 주인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일고여덟 분 정도가 모인 단출한 북토크였기에 특별히 인상 깊을 이유도 없는데, 왜 2권 서문에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자로 참여한 이른바 ‘각 잡힌’ 북토크라기보다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바다가 가까운 동네 한 골목에 자리한 아지트에 모여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 것 같아서였으리라.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지트에 모여 자유롭게 책 이야기며 사는 이야기를 나눠 본 게. 그런 게 고팠던가 보다. 장소가 남달랐다고 특별한 기분을 느낀 건 아닐 테다. 그런 감각엔 무딘 편이니까. 굳이 꼽자면 바의 주인장께서 미리 메일로 보내 준 질문지에서부터 뭔가 남다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내 책을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읽지 않고는 물을 수 없는 질문들로 빼곡했으니까. 그뿐인가. 참여한 분들도 하나같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티가 팍팍 났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는 물론 그전에 낸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에다 『오후 네 시의 풍경』 속 한 꼭지인 「오늘은 우는 날」 이야기까지 나왔을 땐, 속으로 ‘이 사람들 정체가 뭐지?’ 하고 중얼거렸을 정도다. 몇 년 전 충주의 한 서점에서 북토크할 때 만났던 중년 여성 한 분이 떠오른다. 비록 북토크 관련 책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글쓰기 책을 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질문 대신 받은 적이 있다.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사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내가 낸 글쓰기 책을 구해 딸과 함께 공부하고 있노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왔노라고 말하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던 그분의 모습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 이런저런 책을 내고도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못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할 만큼 멘탈이 엉망이던 시절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책을 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후회나 민망함보다 보람을 더 느낀 기억이 난다. 책의 주인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창원과 충주에서 만난 분들 같은 숨은 독자들이리라. 왜냐하면 저자나 작가는 물론 책을 만드는 출판인들도 결국 거기서 시작했을 테니까. 책을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으로서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은신처에 내 책들을 꽂아놓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책을 통해 교양과 풍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겐 많이 부족한 책이지만, 책을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는 독자에겐 나만의 은신처를 선보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1권과 달리 2권은 다룬 책의 양도 적고 쓰는 과정도 힘들었다. 여름이 지나면서는 원고를 오래 묵혀 두어야 할 정도로 꽤 오랫동안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결국 맨 뒤의 네 편은 예전에 쓴 글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 47편, 64권을 읽고 쓴 기록을 2권으로 묶었다. 하지만 나만의 은신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면에선 1권과 견주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자신한다. 받아준다면, 부끄럽지만 책의 진정한 주인인 당신들에게, 인사처럼 또는 우리만의 신호처럼, 이 책을 보내고 싶다. - 5~7쪽, 「들어가며: 책의 주인들에게 전하는 인사」 차례 들어가며 : 책의 주인들에게 전하는 인사 2021, 봄 곤경에 빠진 서술자 : 『이방인』, 알베르 카뮈 흔해빠진 특별함 :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살인을 생각하고 행하는 것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는 심연 : 『죄와 벌』 상·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무지한 독자의 변명 :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모호함을 유지할 것 : 『데이지 밀러』, 헨리 제임스 패배한 삶과 패배하지 않은 이야기 :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2, 조지 엘리엇 아버지의 목소리 : 『레 미제라블』 1~5, 빅토르 위고 놀라운 인생, 놀라운 소설 : 『사일러스 마너』, 조지 엘리엇 완고한 지성 : 『반도덕주의자』, 앙드레 지드 문학의 배신 :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괴테가 구원한 괴테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파우스투스 박사 외』, 크리스토퍼 말로 / 『파우스트 박사』 1·2, 토마스 만 하늘의 정치, 땅의 종교 : 「지옥」, 「연옥」, 「천국」,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은신처가 된 교양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외톨이 선언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2021, 여름 대체 소설이야 인생론이야? :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유럽 백인 남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 『인간의 굴레에서』 1·2, 서머싯 몸 ‘인생의 소설’ :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시킨 긍정의 힘을 키우랬지, 누가 환상을 품으랬어? :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푸시킨 거리두기가 답이다! : 『아버지와 아들』, 이반 투르게네프 환상의 집 : 「인형의 집」,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유령의 집 : 「유령」,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삶의 풍경 : 「갈매기」,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다른 것이 없지는 않다 : 「바냐 삼촌」,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 「세 자매」,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노을 지다 : 「벚나무 동산」,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빛나는 조연, 돈 압본디오! : 『약혼자들』 1·2, 알레산드로 만치니 1인칭 시점의 유혹 : 『전염병 연대기』, 대니얼 디포 풍경에는 중심이 없다 : 『천변풍경』, 박태원 2021, 가을/겨울 새로운 이야기는 가능한가? : 『내 이름은 빨강』 1·2, 오르한 파묵 ‘대체 난 내 인생으로 뭘 한 거지?’ :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전체주의 방식? : 『동물농장』, 조지 오웰 나는 지금 미래사회에 살고 있다 : 『1984』, 조지 오웰 소설과 시차 적응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이토록 무서운 소설이라니 : 『작은 아씨들』 1·2, 루이자 메이 올컷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잃어버린 게 삶이 아니라 명예라고?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밑도 끝도 없는 : 『타임퀘이크』, 『마더 나이트』,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덜 사는 삶 : 『소멸』, 토마스 베른하르트 엄마 잃은 이야기들 : 『포』, 존 쿳시 /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사랑과 싸움 : 『헤이케 이야기』 1·2 / 『겐지 이야기』 1~10, 무라사키 시키부 보도자료 다운 받기
- 관계와 경계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15-1 (03300) 출간일: 2021년 1월 28일 정가: 15,000원 제본: 무선 쪽수: 260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생태/환경 국내도서 > 자연과학 > 생명과학 국내도서 > 인문 > 인류학 관계와 경계 엮은이: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 지은이: 이동신, 김정미, 권헌익, 김산하, 최태규, 조윤주, 천명선, 이형주, 이항, 황주선, 김기흥, 박효민, 박선영, 이인식, 주윤정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위기는 인간만의 것일까 팬데믹 1년, 동물들은 어떠한 위기에 처해 있는가 인간과 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할 방법은 무엇인가 국내의 대표적인 학자와 전문가, 활동가가 모여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최신의 연구와 성찰을 나누다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전 세계는 전례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사태를 만든 가해자와 피해자는 누구인가? 인간의 취약성과 동물의 취약성은 어떻게 얽혀 있으며 인간보다 훨씬 전염병에 취약한 동물들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을까?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은 메르스, 구제역, 조류독감과 같은 인간-동물질병 방역의 경험으로부터 어떤 빚을 지고 있는가? 발생부터 대처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는 인간과 동물이 맺고 있는 관계와 촘촘히 얽혀 있다.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동물체험카페에서 진귀한 야생동물들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 한편에는 전염병의 원인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마구 살처분되는 동물들이 있다. 인간이 함부로 좁힌 거리와 함부로 넓힌 거리, 그 사이 생태적으로 올바른 공존의 거리는 얼마일까? 이 책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국내 학자, 전문가, 활동가 등이 한데 모여 이룬 성과이다. 인간-동물 관계 연구의 최신 논의와 성찰을 담았다. ‘거리’의 중요성 ‘거리두기’라는 말은 코로나와 함께 우리에게 찾아왔다. 거리두기라는 말은 대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일컫는다. ‘사람끼리 밀집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과 동물의 거리, 나아가 동물과 동물의 거리는 어떨까.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그 어느 때보다 신경 쓰는 지금, 우리는 사람과 동물 간의 거리, 동물과 동물 간의 거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을까. 체험동물원이나 동물체험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어 야생동물을 만지고 쓰다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가. 병에 걸리지 않을 도리가 없을 만큼 가축들을 밀집해 키우는 지금의 공장식 사육방식은 과연 지속가능한가. 이런 질문들에 응답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팬데믹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사이’를 생각하다 인간-동물 관계를 이전과 다르게 사유하기 위해 영문학자 이동신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고 제안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이’를 고민하자는 말에는 ‘차이’에 집중하지 말자는 함의가 있다.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고민하기보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사유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을 차이 혹은 동질성으로 파악하고 위계화하는 논의틀은 이제 버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동물의 ‘사이’를 고민하고 적당한 ‘거리’를 부여하는 실천이다. ‘인간중심주의’에 맞서다 만일 코로나19가 정말로 이전과 다른 ‘뉴노멀’ 시대를 가져온다면, 그 안엔 아마도 인간중심주의적인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만들라는 어려운 요구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15편의 글의 공통된 연구 주제는 ‘인간-동물 관계’이다. 인류학, 사회학, 수의학, 영문학 분야 연구자뿐 아니라 동물권 단체, 지역공동체, 동물원과 생태공원 등의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과 영역을 가진 필자들이 참여했다. 코로나 시대의 반려동물은 물론 동물원 동물, 야생동물과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부터, 가축과 인공육 그리고 해상양식동물에 대한 이야기, 인수공통감염병과 동물 관련법에 대한 이야기,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철학적 혹은 사회학적 고민이 담긴 이야기 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인간중심주의로 점철된 인간-동물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또 코로나로 현실이 급변하는 이 시기에 인간-동물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 되고 있다는 절박함을 공유한다.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논의가 직접적으로 동물을 접하는 영역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되기에, 인간중심주의는 인간의 모든 활동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에, 학제간 연구뿐만 아니라 학계와 현장의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동물 경계에 대한 새로운 서사 코로나19로 ‘거리’가 중요해진 이 순간은 사람들끼리의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 그리고 동물과 동물 사이를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인간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볼 기회인 셈이다. 이 책의 1부 에는 ‘사이’를 얘기하는 네 편의 글을 모았다. 이동신은 「차이에서 사이로: 인간-동물 관계와 거리두기」 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포스트’라는 단어를 문제 삼으며, 섣부르게 미래로 나가기보다 현재의 인간-동물 관계를 ‘차이’가 아닌 ‘사이’라는 관점으로 다시 써 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김정미는 「근거리 입양: 파랑새 ‘짹이’ 이야기」 에서 파랑새와 우연히 같이 살게 된 경험을 통해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고민하면서 ‘입양’이라는 말로 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관계를 풀어 나가고 있다. 권헌익은 「원거리 입양: 코끼리 ‘마야’ 이야기」 에서 머나먼 거리를 두고도 동물과의 친밀한 사이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원거리 입양을 제안한다. 권헌익은 제한적이고 고정된 친족 개념의 입양과 달리 유동적이면서 때로는 개방적인 입양 관습과 개념을 부족사회에서 찾으면서, 동물과도 유사한 입양 관계가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김산하는 「야생의 거리와 공존의 생태계」 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를 고민하기 전에 자연상태에 있는 동물들 사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사이에서 확인되는 물리적이고 생태적인 거리두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자연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다시 야생성을 되찾도록 하는 ‘활생’이 중요하다. 인수공통감염병 상황에서 동물의 취약성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은 인간과 동물의 접점에 있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만을 걱정하고 인간만이 피해자인 듯 여기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걸릴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동물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이 접점에서 인간과 동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우리는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2부 에서는 인수공통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동물이 가진 취약성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를 정리했다. 최태규는 「팬데믹 상황의 동물원 동물들」 에서 야생동물이지만 인간이 만든 공간에 갇혀 있는 동물원 동물과 반려동물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누리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버려지고 잊히고 죽임을 당하는 유기 동물들의 상황을 살펴본다. 조윤주는 「팬데믹 상황의 보호소 동물들」 에서 확진된 보호자의 반려견과 반려묘에게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이후 사람들에게 퍼졌던 공포와 그로 인한 사회 현상을 살펴본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보호소의 운영상태 악화와 자원봉사자 감소가 우려되었지만 뜻밖의 국면도 있었다. 집에 고립된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와 유대감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틈을 동물이 메워 준 셈이다. 천명선은 「감염병 환자로서의 동물: 팬데믹 상황의 가축」 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수성이 있다고 알려진 개와 고양이, 동물원의 고양이과 동물, 농장의 밍크 등이 모두 사람으로부터 감염되었음에도 ‘환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동물은 병원체 그 자체로 여겨지거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인간에 대한 위험으로만 간주된다. 이형주는 「팬데믹 상황의 동물을 위한 법과 제도」 에서 인간 사회의 법과 제도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듯 동물을 위한 법과 제도 역시 이 취약성을 배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인간-동물의 질병에 대한 원헬스적 접근 이번 팬데믹의 중요한 책임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침범한 인간에게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게 되면서 종간 장벽을 넘어 바이러스가 퍼질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확산된 세계화와 도시로의 인구 집중은 감염병 확산에 더욱 취약한 조건으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이상적인 배양공간을 제공했다. 결국 코로나19는 단순히 인간의 질병도 동물의 질병도 아니다. 이것은 인간-동물의 접촉과 상호작용으로 일어난 질병으로 규정해야 하며 단순히 의학적·생물학적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 인간-동물의 문제를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다루려면 의학은 물론 수의학과 생태학 그리고 사회과학적인 접근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질병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요구하는 흐름을 ‘원헬스 운동’이라 부르며, 이 운동은 지금까지 인간-동물로 분화되어 왔던 의학적 접근법을 광범위하게 통합할 것을 주장한다. 3부 에는 인간-동물의 관계에서 감염병의 지위를 고민하는 글 세 편을 실었다. 이항은 「팬데믹의 시작: 인간, 가축, 야생동물의 접점」 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간-가축-야생동물이 조우하는 접점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이항은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 인간-가축-야생동물의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특수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종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은 물론 안보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 황주선은 「질병생태학: 야생동물 유래 신종감염병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 에서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 신종감염병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를 제공한다. 황주선은 ‘질병생태학’이라는 분야의 소개를 통해 병원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얽힘 현상을 ‘생태’라고 규정한다. 질병생태학은 단순히 바이러스의 분자적 생물학적 단위로 질병을 파악하는 기존 생의학적 패러다임을 넘어 인간-가축-동물-생태환경까지 광범위한 요소들을 포괄하여 다룰 때 비로소 질병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기흥은 「한국 질병관리체계와 인간-동물질병의 공동구성」 에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고찰하며 한국 질병방역의 기본틀이 인간-가축-동물 질병의 주기적 발생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특히, 2000년 이후 발생한 인간(메르스, 사스)-가축(구제역, 조류독감)-동물(아프리카돼지열병) 질병의 방역경험이 현재 다른 서구국가들의 방역정책과 다른 특이한 대응방식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동물질병의 경험이 공동구성되는 과정이었다. 인간-동물 관계의 미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인간과 동물의 삶에 전례 없는 영향을 끼치며 ‘포스트 코로나’ 담론이 전방위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터와 일상생활에서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먼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일들이 보다 빠르게 우리의 현실로 가능해지고 있거나, 현재 인류의 삶의 방식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4부 에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앞으로의 인간-동물 관계에 어떤 가능성들이 열려 있을지, 혹은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살펴본다. 박효민은 「육식의 미래와 인공육의 이슈」 에서 공장제 축산업에 기반한 육류 소비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환경적, 윤리적, 비용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축산업 기반 육식의 대안으로서 인공육의 문제를 다룬다. 이를 위해 현재의 기업적 축산업의 문제가 무엇이며 왜 지속가능하지 않은지,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 현재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인공육 중 특히 배양육의 발전 단계는 어디까지 왔는지를 살피고 인공 배양육의 장점과 기술적 난제, 사회적으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박선영은 「마을과 바다의 새로운 관계: 지속가능성인증의 가능성」 에서 국제인증을 통한 지속가능한 어업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이 글은 한국의 전라남도 완도에서 책임수산물에 부여하는 에코라벨 프로그램 ASC 국제인증 심사를 받은 과정을 다루고 있다. 박선영은 이 글을 통해 코로나19를 계기로 현재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반성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ASC 인증 사례의 소개를 통해 향후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위해 어떤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인식은 「우포늪 습지 복원과 생태적 전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에서 필자가 오랜 시간 우포늪을 보전하는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나아가 정부가 시행하는 그린뉴딜이 에너지산업을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경제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생태계의 불균형과 생물다양성 감소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윤정은 「코로나 시대의 생태적 전환과 실천들」 에서 코로나19가 드러내고 있는 현재 인간과 동물 관계의 취약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친다. 필자는 코로나 이후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포스트 코로나’ 담론이 횡행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논의들이 경제와 산업의 측면에 치우쳐 있어 막상 이 팬데믹을 초래한 근본 문제를 고민하는 반성적 사유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 다른 형태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가 보여 준 인간과 동물 관계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며, 특히 이 과정에서 인간이 자연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엮은곳 소개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는 2018년 “인간-동물 관계의 전환: 신사물론적 경계 허물기”라는 주제의 서울대학교 교내지원사업을 진행하는 연구팀으로 출발해, 2019년 “위계에서 얽힘으로: 포스트휴먼시대의 인간-동물 관계”라는 제목으로 교육부 인문사회기초연구사업에 선정된 후 현재까지 활동을 잇고 있는 연구팀이다. 인간-동물 연구 네트워크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등장한 생명과 생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자연, 인간-동물의 이분법적이고 위계적인 관계와 규범을 넘어 ‘공존’과 ‘얽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팀은 인문학(문학), 사회과학(사회학, 인류학), 자연과학(수의학, 생태학, 행동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융합 연구 네트워크이다. 이곳에서는 인간-동물 관계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비판하며, 관계 속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얽힘’을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동물 관계를 재구조화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구축(동물인격, 동물인구, 동물인식)하고, 인간-동물 상호작용 과정을 분석하며, 생태정치 및 생태미학 사례를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은이 소개 이동신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A Genealogy of Cyborgothic: Aesthetics and Ethics in the Age of Posthumanism』 『영미 소설 속 장르』(공저) 『세계를 바꾼 현대 작가들』(공저)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공저)을 썼다. 주요 논문으로 「좀비 반, 사람 반: 좀비서사의 한계와 감염의 윤리」 「좀비라는 것들: 신사물론과 좀비」 「망가진 머리: 인공 지능과 윤리」 등이 있다.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사회인류학 석좌교수. 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초빙석좌교수. 구소련 시베리아 원주민 사회의 환경사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주요 저서로 『전쟁과 가족』 『또 하나의 냉전』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등이 있다. 김정미 서울대학교 인류학 박사과정 수료. 『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100세 혁명』 『아마존의 성공비밀』 『관시(關係)와 비즈니스: 중국 비즈니스 문화의 심층 구조』 등을 번역했다. 김산하 야생 영장류학자. 인도네시아 자바 긴팔원숭이 연구로 박사학위. 영국 크랜필드 대학 디자인센터 연구원이자 현재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으로 활동한다. 『스톱 시리즈 1~9권』 『비숲』 『야생학교』 『습지주의자』 『살아있다는 건』 등을 썼고, 『무지개를 풀며』 『사회생물학』 『활생』 등을 번역했다. 최태규 에딘버러 대학 응용 동물행동학 및 동물복지학 석사. 청주동물원 수의사.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휴메인벳’에서 활동한다.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 교수. 『조선시대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양상』 『근대수의학의 역사』 등을 썼고,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번역했다. 주요 논문으로 「일제강점기 광견병의 발생과 방역」 「구제역 관련자들의 체험과 그 의미에 대한 질적 연구」 등이 있다. 조윤주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교수. 동물보호소의학(shelter medicine)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사육포기 중재방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도심 내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형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동물이라서 안녕하지 않습니다』(공저)를 썼다.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허핑턴포스트〉 〈월간비건〉 등에 동물에 대한 글을 기고했으며 현재 〈한국일보〉 〈네이버 동그람이〉에 고정 칼럼을 연재한다. 이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의생명과학 박사학위. 야생동물 보전생물학과 정책 연구에 주력하면서 「한국표범의 계통 연구」 등 90여 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황주선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야생동물 질병생태학으로 박사학위. 『동물의 행동』(공저)을 썼고, 『윙~ 파리를 어떻게 잡을까』 『동물이 색으로 말해요』 『하마를 목욕시켜 주는 동물은?』 『야생동물의 질병』(공역)을 번역했다. 김기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Social Construction of Disease』 『광우병 논쟁』 『호모 메모리스』(공저)를 썼다. 〈중앙일보〉 과학분야 고정칼럼을 연재한다. 학술지 「과학기술학연구」 「EASTS East Asia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과학사학회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효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공정성의 다양한 관점에 대해 사회심리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청탁금지의 법과 사회』(공저) 『평화의 여러 가지 얼굴』(공저)을 썼다. 주요 논문으로 「Reward stability promotes group commitment」 「공정성이론의 다차원성」 「이주민 주거 밀집지역 내 내국인 인식 연구」 등이 있다. 박선영 경희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국제정치전공) 수료. 2003년부터 국내환경단체에서 저어새, 두루미, 따오기 등 멸종위기조류 및 습지 보전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보호지역, 생태관광, 지속가능한 어업을 중심으로 한 국제환경규범의 국내 적용과 실천에 관심을 두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비밀의 정원 우포늪』 『낙동강의 선물 주남저수지』 『우포늪의 생물』 등을 썼다. 우포늪 보전과 멸종된 따오기 복원 추진 사업을 주도했으며, 우포늪가에 살면서 야생동식물 보호와 서식처 확대를 위해 습지보전운동을 하고 있다. 주윤정 사회학자. 장애, 생명사회학, 인간-동물 관계, 사회운동 등을 연구했고 대표적인 연구는 시각장애인 연구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이지 않은 역사: 한국 시각장애인의 저항과 연대』 등을 썼고, 「상품에서 생명으로: 가축 살처분 어셈블리지와 인간-동물 관계」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책 속에서 만일 코로나19가 정말로 이전과 다른 ‘뉴노멀’ 시대를 가져온다면, 그 안엔 아마도 인간중심주의적인 현실과 다른 현실을 만들라는 어려운 요구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의 폭과 깊이를 진정으로 가늠하는 첫걸음은 바로 인간-동물 관계 연구에서 시작한다. - 9쪽 박쥐나 천산갑으로 전파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말로 코로나19를 규정하며 특정 동물을 유해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 말의 틈새를 들여다보며 인간의 식습관이나 개발 욕구로 인해 뒤틀린 인간과 동물의 사이를 얘기할 때다. 인적이 뜸해진 거리에 나타난 동물을 야생동물이라고 부르며 신기해하기보다는, 이런 말로 동물과의 사이를 짐작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얘기할 때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고민하고 조정하는 것만큼, 동물들끼리의 사이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얘기할 때다. - 15쪽 생태적인 공존의 기초는 다차원에 걸친 존재적 거리두기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 58쪽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서 야생 멧돼지의 대규모 사살은 사상 최초로 문명 밖 야생의 영역에서 자행된 ‘야생 살처분’이자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평행관계를 파기한 사례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발병한 병이 한반도에까지 도달한 것은 당연히 인간과 인간이 운송한 물자의 이동 때문이고, 한국의 멧돼지는 이것의 직접적인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제의 원흉으로 낙인 찍혀 전국에서 사살되고 있다. - 60쪽 이제는 야생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대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인간이 야생의 영역에 침투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위험의 가능성 중 한 가지 결과를 보여 줬을 뿐이다. - 60~61쪽 사람의 손으로 야생동물을 기르는 기관인 동물원은 그 존재의 의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 사회는 동물원을 더 이상 동물을 함부로 이용하는 오락시설로 내버려 둘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이 집단으로 모이는 장소에 야생동물을 가두어 구경시키는 일이 공중보건학적으로 너무 위험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 74쪽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게서 왔기 때문에 인류가 ‘야생동물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던 야생의 바이러스를 우리 인류가 ‘억지로 끄집어내’ 우리 자신을 ‘자해’했다고 보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 130~131쪽 신종감염병을 두고 자연의 습격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저 드라마적 사고일 뿐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극히 건조하고 기계적이다. 미생물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 더 많은 숙주로의 노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 148쪽 새로이 관계를 설정하고 종합적인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의 적절한 거리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계몽의 방식으로 자연을 정복한 이후 자연을 낭만화하거나 애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연과 단절된 도시의 삶을 보충하기 위해 자연의 대리물들을 건설해 야생과의 접촉점들을 증가시켜 왔다. - 246쪽 차례 서론 1부 사이 : 인간-동물 경계에 대한 새로운 서사 차이에서 사이로 : 인간-동물 관계와 거리두기 [이동신] 근거리 입양 : 파랑새 ‘짹이’ 이야기 [김정미] 원거리 입양 : 코끼리 ‘마야’ 이야기 [권헌익] 야생의 거리와 공존의 생태계 [김산하] 2부 동물 : 인수공통감염병 상황에서 동물의 취약성 팬데믹 상황의 동물원 동물들 [최태규] 팬데믹 상황의 보호소 동물들 [조윤주] 감염병 환자로서의 동물 : 팬데믹 상황의 가축 [천명선] 팬데믹 상황의 동물을 위한 법과 제도 [이형주] 3부 질병 : 인간-동물의 질병에 대한 원헬스적 접근 팬데믹의 시작 : 인간, 가축, 야생동물의 접점 [이항] 질병생태학 : 야생동물 유래 신종감염병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 [황주선] 한국 질병관리체계와 인간-동물질병의 공동구성 [김기흥] 4부 관계 : 인간-동물 관계의 미래 육식의 미래와 인공육의 이슈 [박효민] 마을과 바다의 새로운 관계 : 지속가능성인증의 가능성 [박선영] 우포늪 습지 복원과 생태적 전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이인식] 코로나 시대의 생태적 전환과 실천들 [주윤정] 후기 : 관계와 경계에 대해 덧붙이기
-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 포도밭출판사
2016. 5. 10 / 121×188mm / 192쪽 / 13,000원 / ISBN 979-11-952770-6-3 (03380)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지은이: 데이비드 그레이버 옮긴이: 나현영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원리와 기술을 일깨우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해주는 아나키스트 인류학이라는 ‘낮은 이론’ “자기 삶을 자유롭게 통치하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이들이 정말로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 이론은 무엇인가?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20대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평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에 따라 (이를테면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에 따라) 누군가의 삶에 당장 ‘희망’이 생기는 일은 희박합니다. 소외된 이들의 처지나 박해받는 현장의 상황은 여전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느라 힘겨운 이들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선거 이후 오히려 헛헛하다는 말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 삶을 자유롭게 통치하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이들이 정말로 관심을 가질 만한” 탐구, 그리고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고 말하는 사회 이론을 읽어볼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인류학자이자 아나키스트 활동가인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이력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바로 이를 주제로 연구와 활동을 해온 인물입니다. 이 책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에는 자율적인 사회와 정치를 가능케하는 조건에 대한 그의 핵심적 성찰들이 매우 선명하게 간추려져 있습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에 대하여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서구 사회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인물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그의 새로운 저작들까지 여럿(『가치 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부채, 그 첫 5,000년』,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 『관료제 유토피아』) 출간되었습니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세계적으로 알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은 그레이버에게 “대단히 눈부시고 독창적인 정치 사상가”라는 찬사를 보냈고,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와 그레이버가 벌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경제 문제에 관한 논쟁도 유명합니다. 그레이버는 특히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자주 소개됩니다. ‘직접행동 네트워크’ 모임과 ‘세계정의 운동’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고, 그 탓에 예일 대학교 재임용이 거부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월가를 점거했던 오큐파이 운동에 깊이 참여하며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작성했던 활동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레이버는 인류학을 통해 탐구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원리와 기술’을 사회 이론과 연결시키는 독보적인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교수이자 인류학자인 모리스 블로흐는 데이비드 그레이버를 두고 “이 시대 최고의 인류학 이론가”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왜 인류학인가 인류학 하면 흔히 민속 사료를 살펴보고 원시부족들을 관찰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인류학의 주요한 질적 연구방법인 민족지학(ethnography)은 실제로 특정 문화권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 생활상의 맥락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여기서 인류학 연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소수의 엘리트만이 사유체계와 개념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식의 “고루한 헤게모니에 맞설 수 있는 최적의 학문”이 인류학이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인류학이 “인간에 대한 숱한 통념들이 진실이 아님을 입증하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들을 제시하기 때문”이고, 나아가 “인류학이 중요한 것은 단지 통념을 깨뜨려서만이 아니다. 인류학은 우리는 왜 처음부터 정부와 감옥과 경찰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묻게 한다”라고 말합니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의 핵심 주제인 “자기 삶을 자유롭게 통치하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이들이 정말로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 이론”을 탐구하는 데 있어 아나키즘의 방식과 인류학의 연구를 긴밀히 연결시켜나가는 이유입니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아나키스트 인류학’이라는 이름이 낯선 까닭은, 이 말 자체를 그레이버가 창안했기 때문입니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은 우선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의 어떤 시점에 존재하게 될지 모르는 어떤 급진적 이론”으로 구상되었습니다. 일종의 예시적 이론인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이론은 아나키스트 운동의 주요 원리이기도 한 ‘예시적 정치’(즉, “새로운 제도와 새로운 형식의 사회성을 창출하여 이미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직접행동의 원리”)와 나란히 진행될 이론이기도 합니다. ‘낮은 이론’을 찾아서 그레이버는 첫 장을 통해 마르크스주의 학파와 아나키즘 학파의 특징적인 차이를 짚으며 “마르크스주의는 혁명 전략에 관한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담론이 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아나키즘은 혁명적 실천에 관한 윤리적 담론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마르크스주의 학파와 달리 아나키즘에는 ‘고급 이론’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아나키즘에서는 명확하고 총제적인 분석을 위한 고급 이론보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합의를 구하는 과정에 관한 이론이 더욱 중요합니다. 아나키즘에 필요한 이론은 고급 이론이 아니라 “변혁을 위한 기획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론”으로서의 ‘낮은 이론’입니다. 이러한 아나키스트 이론은 “다른 사람의 기본 가정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대신 서로를 강화하는 기획”을 찾으려 합니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은 이러한 포부로 ‘낮은 이론’의 윤곽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항권력의 인류사, 그리고 사고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상상력 그레이버는 인간 사회는 항상 권력과 동시에 반(反)권력을 내포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사회든 권력이 존재하면 반권력도 항상 공존한다는 말입니다. 반권력은 ‘대항권력’이라고도 불리는데, 전형적인 정의로 보면 “자치 공동체에서 급진적 노동조합, 민병대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자본에 반대하는 사회제도”를 통칭하여 대항권력이라고 합니다. 권력과 반권력이 공존하며 대치하는 상태는 ‘이중권력’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레이버는 이중권력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상충하는 원리와 모순된 충동들 자체가 아니라 이것들을 중재하는 조정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갈등 없는 사회라는 목표보다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말입니다. 그레이버가 제시하는 대항권력 이론의 요점은 “대항권력은 이미 깊숙이 우리들 사이에 배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급진적 변혁의 순간에 완전히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형태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대중적 역량의 원천”입니다. 이것은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독창적인 점은, 대항권력을 이야기하며 미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 같은 서구의 ‘위대한 혁명’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피아로아족과 티브족과 말라가시 사람들의 사례, 즉 통념상 ‘근대 세계’에 속하지 않는 사회의 사례를 살펴본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탐구는 결국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 안에 갇혀 사고하는 틀, ‘사회’, ‘국가’, ‘국민국가’, ‘혁명’ 등에 대한 사고틀을 무너뜨려야 하는 이유를 일깨웁니다. 대항권력을 제대로 고찰하기 위해서도 통념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한데, 그레이버는 이를 “장벽 무너뜨리기”라고 부릅니다. 장벽 무너뜨리기는 사회적 대안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도구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장벽에는 주로 ‘상상적 총체성’이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앞서 ‘사회’, ‘국가’, ‘국민국가’, ‘혁명’ 등의 개념을 언급했는데, 이에 더해 ‘민족’이나 ‘이데올로기’ 등도 마찬가지로 “총체적 체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개념들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레이버는 이러한 ‘총체성’들은 실제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현실’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정확히 우리 상상적 구조 안에 결코 완전히 포괄되지 않는 무엇을 가리킨다. 특히 ‘총체성’은 언제나 상상의 산물이다. 민족, 사회, 이데올로기, 닫힌계 등등……. 이것들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현실은 항상 무한히 더 복잡한 셈이다.” 그레이버가 강조하는 것은 ‘상상적 총체성’에 갇힌 통념들을 뒤집어보자는 것입니다. 특히나 사회의 대안을 사고할 때 우리는 지극히 저 총체성에 갇혀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근대 사회’가 아닌 인류 사회들의 모습들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르게 해석할 근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그레이버는 그 실질적인 방법으로서 ‘사고의 경첩’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이런 것. ‘혁명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이 있다고 할 때, 상상적 총체성에 근거해 혁명을 어떤 지각변동적 사건으로 이해하는 대신에 질문을 바꿔서 “혁명적 행동은 무엇일까?” 하고 자문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에 답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혁명적 행동은 특정한 권력 또는 지배 형태를 거부하고 그에 맞서 사회관계를 (그 집단 내부에서까지) 재구성하는 모든 집단행동을 일컫는다”라는 답이 가능합니다. 또한 “스스로를 구성하며, 공동으로 규칙이나 운영 원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재검토하는 자율 공동체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거의 혁명에 근접한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런 ‘혁명’이 반복되면 ‘거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것은 혁명적 행동의 목표가 반드시 정권 전복만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 인류학은 곧잘 옛날 얘기로 치부되고, 아나키즘은 자주 순진하고 낭만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비전을 이야기하면, 이를테면, 갈등이 고도화되고 이전 시대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주의를 경험한 인류에게는 그런 순진한 비전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삶은 양적으로는 변화했지만 질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이전에 존재했던 사회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에 살고 있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지도 않다. 공장이나 마이크로칩의 존재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가능성의 본질이 바뀌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서구가 몇 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도입했다 해서 오래된 가능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나키스트 인류학이라는 예시적 사회 이론은 앞서의 원리들 속에서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고 말합니다. 그레이버는 이에 근거해 이 책에서 “자기 삶을 자유롭게 통치하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이들”을 위한 사회 이론의 조각들을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차례 서문 ‘낮은 이론’을 찾아서 그레이브스, 브라운, 모스, 소렐 이미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는 아나키스트 인류학 장벽 무너뜨리기 존재하지 않는 학문의 기본 원리 ‘혁명 이후’의 시나리오 내가 배신할 수밖에 없는 인류학 추천의 글 – 아나키즘에 대한 오해와 진심 / 하승우 찾아보기 지은이 소개 데이비드 그레이버 David Graeber 인류학자이자 아나키스트 활동가. 뉴욕 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 대학교,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9년부터 1991년 사이에는 마다가스카르 지역에서 현장연구를 실시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연구와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으로 돌아와 ‘직접행동 네트워크’ 모임과 ‘세계정의 운동’ 등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 이력 탓에 예일 대학교 재임용이 거부되었을 때는 전 세계에서 서명 운동이 일기도 했다. 2011년에는 월가를 점거한 오큐파이 운동에 참여했다. 그레이버는 ‘우리는 99%다’라는 유명한 구호를 작성한 활동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저서로 『가치 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부채, 그 첫 5,000년』,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 『관료제 유토피아』 등이 있다. 옮긴이 나현영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사야 벌린의 『낭만주의의 뿌리』(공역), 로버트 베번의 『집단 기억의 파괴』, 존 케이지의 『사일런스』,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등을 번역했다. 추천의 글 그레이버는 “사람들의 습관과 행동에 감춰져 있어 이들 스스로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아나키스트 인류학이라는 방법을 빌려온다. 아나키즘을 어떤 이론의 틀에 가두지 않고 혁명적 실천에 관한 윤리적 담론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이런 방법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기본 가정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대신 서로를 강화하는 기획”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 하승우(정치학자) 국가 없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그레이버는 이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이미 국가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단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최근 몇 년 동안에 우리를 지켜줄 국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적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은 국가 없이 사는 기술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해줄 것이다. – 후지이 다케시(역사학자) 책 속에서 일반적인 설명에서 아나키즘은 흔히 이론적으로는 한발 뒤처지지만 열정과 성실로 두뇌를 벌충하는 마르크스주의의 가난한 사촌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이런 비유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왜곡된 것이다. 19세기의 이른바 ‘창시자’들은 스스로 특별히 새로운 것을 창안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조직화, 자발적 결사, 상호부조와 같은 아나키즘의 기본 원리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한 인간 행동 양식이라고 생각했다. 국가 및 모든 형식의 구조적 폭력과 불평등과 지배를 거부해야 하며(아나키즘의 문자적 의미는 ‘지배자 없음’이다), 이 모든 형식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서로를 강화한다는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 39~40쪽 아나키스트 이론은 다른 사람의 기본 가정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대신 서로를 강화하는 기획을 찾으려 한다. 어떤 점에서 통약불가능한 이론들이라 해서 존재할 수 없거나 서로를 강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일무이하고 통약불가능한 세계관을 가진 개인들이라 해서 친구나 연인, 공통의 기획에 힘쓰는 동료가 되지 말란 법은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아나키즘에 필요한 이론은 고급 이론보다 오히려 ‘낮은 이론’이라 부를 만한 것일지 모른다. 변혁을 위한 기획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론 말이다. – 46~47쪽 이 책의 제목을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이라 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 나는 인류학이야말로 우리가 다루는 영역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계에 현존하는 자치 공동체와 비시장경제를 조사했던 이들이 사회학자나 역사학자보다 인류학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 민족지학 연구자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이들의 행동에 감춰진 상징적, 도덕적, 실천적 논리를 밝히려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습관과 행동에 감춰져 있어 이들 스스로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의미를 발견하려 하는 것이다. 급진적 지식인이 맡아야 할 역할도 정확히 이와 같다. 지식인은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관찰해 그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의 더 큰 함축적 의미를 찾아낸 뒤, 그 이념을 처방이 아닌 기여로, 가능성으로, 곧 선물로 되돌려주어야 한다. – 50~51쪽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 봤자 원시인들 얘기 아냐?” 인류학을 어느 정도 연구한 아나키스트에게 이런 식의 주장은 매우 낯익다. 전형적인 대화는 주로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회의론자: 좋아, 아나키즘이 실제로 작동한다고 생각할 근거를 대면 아나키즘 사상 전체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정부 없이 존재하는 사회가 가능한 사례를 단 하나라도 들어 줄 수 있어? 아나키스트: 물론, 사례는 무수히 많아. 당장 떠오르는 이름만도 열 가지가 넘지. 보로로족, 바이닝족, 오논다가족, 윈투족, 에마족, 탈렌시족, 베조족……. 회의론자: 다들 그냥 원시인이잖아! 현대 과학기술 사회의 아나키즘을 얘기해달라니까. 아나키스트: 좋아. 성공적인 실험의 예는 아주 다양해.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같은 노동자 자주관리 사례가 있는가 하면, 리눅스는 선물경제 이념에 기초한 경제 실험을 했지. 합의와 직접민주주의 원리 위에 세워진 갖가지 정치 조직이 있고……. 회의론자: 그래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그건 모두 소규모의 고립된 운동들 아냐. 나는 사회 전체에 대해 묻고 있다고. 아나키스트: 사회 전체의 변혁을 시도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야. 파리 코뮨이나 스페인 혁명만 해도……. 회의론자: 그래,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라고! 다 죽었잖아! 무슨 수를 써도 결과는 똑같다. 이 말싸움에서는 이길 재간이 없다. 회의론자가 ‘사회’라고 말할 때 정말로 의미하는 것은 ‘국가’ 내지 ‘국민국가’이기 때문이다. – 87~89쪽 사실 이 곤봉을 든 남자는 우리가 사는 세계 어디나 침투해 있다. 대다수는 그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경계와 장벽을 가로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의 존재를 상기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산더미처럼 음식이 쌓여 있고, 그 몇 발자국 옆에 굶주린 여인이 서 있는 광경을 보았다고 하자.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광경이다. 그러나 당신은 여인에게 음식을 집어줄 수 없다. 그랬다간 십중팔구 곤봉을 든 남자가 나타나 당신을 때릴 것이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아나키스트는 항상 곤봉을 든 남자의 존재를 상기시키려 한다. 버려진 군사기지를 무단 점거해 살고 있는 덴마크의 크리스티아니아 공동체에서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벌이는 의식이 좋은 예다. 크리스티아니아 사람들은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백화점에서 장난감을 훔쳐 거리의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모두에게 경찰이 산타클로스를 때려눕히고 울부짖는 아이들에게서 장난감을 낚아채는 광경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 132~133쪽 새로운 운동의 핵심 용어는 ‘과정’이다. 여기서 과정은 ‘의사 결정 과정’을 뜻한다. 북아메리카에서 의사 결정은 거의 언제나 합의를 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에도 이데올로기적 억압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든 바람직한 합의 과정은 타인의 관점 전체를 나와 똑같은 관점으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 과정의 목적은 한 집단의 공동 행동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안을 표결로 수락 또는 거부하기보다, 다듬고 또 다듬고, 폐기하거나 다시 고쳐 최종적으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 151쪽 위의 사례들은 결국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주주의(democracy)’는 본래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엘리트주의자들이 비방을 목적으로 만든 용어로, 문자적으로만 풀이하면 민중의 ‘힘’ 또는 ‘폭력’을 뜻한다. ‘아르코스(archos, 통치)’가 아닌 ‘크라토스(kratos, 힘)’인 것이다. 이 용어를 만든 엘리트주의자들은 민주주의가 단순한 폭동이나 폭민의 지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당연히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다른 누군가가 민중을 항구적으로 정복하는 것이었다. (…) ‘민주주의’가 ‘대의(representation)’의 원리를 포함하는 용어로 완전히 탈바꿈하다시피 한 것은 나중의 일이다. (한편 ‘대의’라는 용어는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가 지적하듯 그 자체로 매우 기이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원래 왕 앞에 선 민중의 대표를 뜻하는 말이었다. 즉, 스스로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내부의 사절을 지칭하는 용어였던 것이다.) 어쨌든 민주주의는 이렇게 탈바꿈하고 나서야 명문가 출신 정치 이론가들에게 재조명되어 오늘날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 160~162쪽
-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 | 포도밭출판사
지은이: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옮긴이: 존재론의 자루 ISBN: 979-11-88501-28-1 (93380) 출간일: 2022년 10월 12일 정가: 21,000원 제본: 무선 쪽수: 252쪽 판형: 145×210mm 분야: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류학/고고학 > 인류학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연구/문화이론 국내도서 > 인문 > 철학/사상 > 인간론 국내도서 > 인문 > 철학/사상 > 형이상학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월딩 시리즈 2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 16세기 브라질에서 가톨릭과 식인의 만남 지은이: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옮긴이: 존재론의 자루 책 소개 20세기 유럽 철학의 탈근대적 전환뿐만 아니라 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회’를 주도해온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의 대표작! 다자연주의와 퍼스펙티브주의로 나아가는 교두보 아마존에서 퍼 올린 21세기의 인간학! 참조한 번역 판본이 5종, 옮긴이 7인의 집단 번역의 성과 이 책은 16세기 브라질 해안에서 일어난 가톨릭 선교사들과 식인부족 간의 ‘존재론적 만남’에 대한 탐구이다.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는 이때의 사건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우리의 시점을 16세기 브라질로 이동시킨다. 카스트루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원주민들의 ‘변덕’에 주목했던 사실에서 출발하여 역사적 관점에서 이 존재론적 만남의 의미를 추적해나간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선교사들이 전하는 가톨릭 복음을 무척 순순히 받아들이면서도 교리가 금지하는 전쟁과 복수와 식인 풍습 등은 멈추려 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아마존 원주민을 ‘변덕스럽다’고 기록한 유럽인 선교사들의 문헌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 이 탐구는 원주민의 우주론에 대해 전혀 뜻밖의 차원과 맥락들을 밝혀낸다. 보도자료 《월딩 시리즈》 두 번째 책은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의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이다. 카스트루는 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회’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며 인류학계뿐만 아니라 지식계 전반에서 사상적 전환을 주도하는 인물로서 명성이 높다.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은 그가 이끄는 사상적 전환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자 할 때 맨 처음으로 살펴보기에 매우 알맞은 책이다. 카스트루가 아마존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에서 근대유럽의 형이상학 비판으로 연구 범위와 영역을 확장하는 시점에 교두보 같은 역할을 한 책이기 때문이다. 카스트루는 이 책을 일컬어 “가장 좋아하는 논문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의 원출처가 되는 논문은 1992년에 포르투갈어로 처음 출간되었고, 이듬해인 1993년에 프랑스어로 번역된 이후, 2002년에 간행된 카스트루의 논문집에 다시 수록되었고, 2017년에 한 번 더 신판으로 발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꾸준히 수정과 보충이 이루어졌는데, 이처럼 30년 동안 판본을 달리 하며 계속 재출간되었다는 것은 이 논의의 시의성이 여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참고로 밝히면,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의 한국어판 역자들은 부가 설명 단락과 저자 각주 등의 편집이 언어별 번역본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 탓에 총 5종의 번역 판본을 대조하며 한국어 번역을 진행했고 7인의 집단 번역으로 이를 완성해냈다. 이 책은 16세기 브라질 해안에서 일어난 가톨릭 선교사들과 식인부족 간의 ‘존재론적 만남’에 대한 탐구이다. 카스트루는 이때의 사건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우리의 시점을 16세기 브라질로 이동시킨다. 카스트루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원주민들의 ‘변덕’에 주목했던 사실에서 출발하여 역사적 관점에서 이 존재론적 만남의 의미를 추적해나간다. 더불어 문화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인류학적 논쟁과 관련한 놀라운 통찰을 이끌어낸다. 16세기에 브라질로 건너온 유럽 선교사들은 그들이 남긴 문헌에서 반복적으로 ‘야만인은 변덕스러운 자’라고 기록한다. ‘변덕스러움’은 유럽인이 규정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특질인 것이다. 원주민들이 변덕스럽다고 기록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아메리카를 찾아온 유럽인들의 최우선 목표는 바로 ‘선교’였다. 그들은 원주민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에 반해 성과는 미미했는데, 이는 원주민들이 다른 신을 섬기거나 기독교 신앙에 반대해서가 아니었다. 원주민들은 오히려 기독교 복음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감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문제는, 원주민들이 “믿는 것도 아니면서 믿음을 거부하지 않”았고, “믿게 된 후에도 믿음이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었다. 원주민들은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이면서도 기독교가 금지하는 것을 따르려 하지 않았다. 이들은 숭배와 복종을 몰랐으며 유럽인들과 달리 신앙의 이름으로 무엇에 복속되는 일이 없었다. 반면 이들이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전쟁과 복수였다. 그리고 유럽의 선교사들이 그토록 근절하고 싶어 한 것, 바로 식인 풍습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전쟁과 복수와 식인과 음주 같은 이른바 ‘악습’을 멈추지 않으려 한 아마존 원주민의 우주론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러다가 결국 식인 풍습을 잃었을 때, 이들은 과연 무엇을 영영 잃게 된 것이었을까. 투피남바 족을 ‘변덕스럽다’고 기록한 유럽인 선교사들의 문헌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 이 탐구는 원주민의 우주론에 대해 전혀 뜻밖의 차원과 맥락들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이 깨달음으로 인해 이 책이 종국에는 투피남바 족의 변덕스러움을 ‘예찬’하며 마무리되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지은이 소개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Eduardo Viveiros de Castro 인류학자, 민족학자. 195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폰티피시아 가톨릭 대학 사회과학부에서 사회학을 배운 후 1974년에 브라질국립박물관 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1974년에 아마존 내륙의 야왈라피티(Yawalapiti) 족을 현지 조사하기 시작했고 1977년에 그에 관한 민족지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부터는 투피계 인디오인 아라웨테(Araweté) 부족을 현지 조사하여 1984년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은 『아라웨테: 식인의 신들 Araweté: os deuses canibais』(1986)로 간행되었다. 이후 아마존 원주민의 우주론을 논한 『적의 관점에서: 아마존 사회의 인간성과 신성성 From the Enemy’s Point of View: Humanity and Divinity in an Amazonian Society』(1992)과 「우주론적 직시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퍼스펙티브주의 Cosmological Deixis and Amerindian Perspectivism」(1998) 등을 통해 그의 인류학적 사상이 유럽의 인류학계뿐만 아니라 철학계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아마존 원주민의 우주론을 다자연주의와 퍼스펙티브주의로 이론화하는 한편 유럽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인 ‘나르시시즘적 중심주의’를 지적하고 그것의 탈식민화를 제기함으로써 20세기 유럽 철학의 탈근대적 전환뿐만 아니라 21세기 인류학의 사상적 전환 운동인 ‘존재론적 전회’를 이끌고 있다. 2009년에 프랑스판으로 출간된 『식인의 형이상학: 탈구조적 인류학의 흐름들』(한국어판은 2018년 출간)에서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적 사유와 들뢰즈의 생성철학을 횡단하며 아마존의 우주론에 기초한 그의 사상을 놀라운 필치로 펼쳐냈다. 지금까지 그는 브라질국립박물관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럽과 영미의 주요 대학에서 강연 활동을 전개해왔고, 120여 편의 논문과 1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옮긴이 소개 〈존재론의 자루〉 이 책을 집단 번역한 〈존재론의 자루〉는 서울대 인류학과 석박사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존재론적 전회’ 공부 모임이다. 2019년 1월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존재론적 전회’의 주요 저작들을 강독해왔으며 최근에는 레비스트로스의 저서들을 함께 읽고 그것의 인류학적 사상을 상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혜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 졸업. 석사논문은 「지리산국립공원과 마을 주민의 자연 보호 관념과 실천」이다. 한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맺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성인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 수료. 논문으로는 「필연적 만남, 방법 없는 이별: 한국전쟁 피난민의 ‘비공식적’ 이산가족 상봉 이야기 내 만남과 이별의 재현」 등이 있다. 현재 한국 내 시각장애를 가진 아동의 초기 사회화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작성 중이다. 김지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논문으로는 「한국의 양식 산업 속 적조와 인간의 관계: 작은 것들의 카리스마, 적조」, 「줄줄이 매달아 굴 기르기」(공저)가 있으며, 『한편 4호 동물』에 「플라스틱 바다라는 자연」을 기고했다. 해양쓰레기에 대항하는 해양 보전과 해양 공간의 재발명에 관한 학위 논문을 작성하여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경빈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 석사 졸업. 석사논문은 「실향민 공동체의 시간과 위기: 이북5도청과 도민조직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이다. 기지촌 여성의 구술을 다룬 『영미 지니 윤선: 양공주, 민족의 딸, 국가 폭력 피해자를 넘어서』를 공동 저술했다. 탈식민과 냉전, 이데올로기와 상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손성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 수료. 논문으로는 「The Nurturing of a Communal Self in an Elementary School Home Class」가 있으며, 『다시개벽』(2021년 여름호)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조망하는 인류학적 사고: 가상의 힘을 마주한 상징계, 그리고 상징 너머의 인류학」을 기고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한국 교육열의 지속과 변화에 관한 현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은정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대학원 박사 졸업. 논문으로는 「인류학에서의 탈서구중심주의: 데스콜라의 코스몰로지와 스트래선의 탈전체론을 중심으로」 등이 있고, 저서로 『식민지의 기억과 타자의 정치학: 식민지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의 탈향, 망향, 귀향의 서사』가 있으며 번역서로 『숲은 생각한다』, 『부분적인 연결들』, 『부흥문화론』(공역) 등이 있다. 최경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과정 수료.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과 그 관계의 억압적 구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시리즈 소개 월딩 시리즈 월딩(worlding)은 있기(being)에서 하기(doing)로 삶의 문제의식을 전환합니다. 《월딩 시리즈》는 지구생명체 간의 공생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실천을 모색하는 인류학 저서들을 소개합니다. 1. 『타자들의 생태학』 필리프 데스콜라 지음 / 차은정 옮김 2.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지음 / 존재론의 자루 옮김 3. 『라인스』 (근간) 팀 잉골드 지음 / 김지혜 옮김 4. 『오늘날의 애니미즘』 (근간) 오쿠노 가츠미, 시미즈 타카시 지음 / 차은정, 김수경 옮김 책 속에서 선교사들은 구세계 이교도들 가운데 자기들이 극복해야 할 저항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우상과 성직자, 예배와 신학, 즉 자기 것이라고 할만한 배타적인 것은 거의 없으면서도 그 이름에 가치를 두는 종교 말이다. 이에 반해 브라질에서는 한쪽 귀로는 신의 말을 열심히 받아들이고 다른 한쪽 귀로는 무심하게 흘려보냈다. 여기서 선교사들이 싸워야 할 적은 다른 교의가 아니라 교의에 대한 무관심, 선택의 거부였다. 변덕, 무관심, 망각. “이 땅의 사람들은 전 세계의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야수 같고 가장 은혜를 모르며 가장 변덕스럽고 가장 비뚤어져 있고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자들이다”라고, 그들에게 환멸을 느낀 비에이라는 그처럼 도발적인 단어들을 늘어놓았다. - 14~15쪽 반복해서 말하면, 예수회 수사들이 화가 난 이유는 ‘브라질 사람들’이 다른 신앙의 이름으로 복음에 대한 적극적 저항을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앙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이 사람들이 복잡다단한 관계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누리고자 했다. 선교사들이 그들을 거두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거꾸로 ‘구습이라는 토사물’(Anchieta 1555: Ⅱ, 194) 속으로 되돌아갔다. - 23쪽 따라서 문제는 투피남바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즉 유연함과 완고함, 순종과 불복종, 열광과 무관심이 뒤섞여 있는 이 혼합의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는 ‘빈약한 기억력’과 ‘의지의 결여’로 보이는 인디오들의 신앙심 없는 믿음 너머를 보려는 것이다. 결국 타자가 되고자 하는, 그러나 자기만의 관점대로 되고자 하는(여기에 미스터리가 있다.) 저 모호한 욕망의 대상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 30쪽 따라서 우리는 브라질 사람들의 세 가지 ‘구성적 부재’에 상호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디오들에게 신앙이 없었던 이유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며, 법이 없었던 이유는 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언어에는 소리(F, L, R의 발음)도 의미도 없었다. 참된 믿음은 지배에 대한 지속적인 복종을 전제하고, 이는 결국 군주에 의한 강압의 행사를 전제한다. 왕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제들을 믿었다. 이와 같은 (터무니없는) 논리로─왕이 없었기 때문에─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 65쪽 내가 말하는 바는 투피남바 철학이 본질적인 존재론적 불완전함을 확증한다는 것이다. 사회성의 불완전함, 일반적으로는 인간성의 불완전함 말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내부성과 동일성이 외부성과 차이에 위계적으로 종속된, 생성과 관계가 존재와 실체보다 우위에 있는 질서였다. 이러한 유형의 우주론에서 타자는 문제─유럽의 침략자들은 타자를 문제로 삼았지만─이전에 해답이다. 은매화는 대리석이 알 수 없는 논리들을 가지고 있다. - 67쪽 인디오들이 적어도 한 영역에서 매우 철저하게 일관적이며 또 어떤 것에 대해 “오래 견지할 만한 세심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면, 그것은 복수에 관한 모든 사태와 얽혀있었다. - 77쪽 브라질 민족은 목숨을 바칠만한 우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다른 것을 위해 죽었고 죽였다. 바로 ‘뿌리 깊은 관습’을 위해서였다. 이것은 왜 그들의 관습이 예언의 샤먼들보다 개종에 더 근본적인 장애물이었는지를 말해준다. 전사의 복수는 모든 악습의 근원에 자리한다. 식인, 일부다처, 만취, 이름 수집, 명예. 이 모든 것들이 복수의 테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 79쪽 적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잡아먹히는 것은 부패하기 쉬운 사람의 일부를 승화시켜 달성하는 불멸화(immortalization)다. (...) 그러나 투피남바 사람들이 적을 먹어치운 것은 애도가 아닌 복수와 명예를 위해서였다는 것도 분명하다. 여기서 내가 근본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학적인 동기와 마주한다. 이 동기는 부패하는 것과 부패할 수 없는 것에 관한 인격론적인 테마보다도 더 깊은 어떤 것─그리고 개종을 위한 선교사들의 노력에 식인주의 이상으로 저항한 어떤 것─을 가리킨다. 적의 죽음과 적의 손에 의한 죽음을 허락한 것은 바로 복수의 영속화 자체였다. - 87쪽 투피남바 전사의 복수는 사회의 중추적 가치로서 그 자체를 구성함으로써 근본적인 존재론적 불완전성,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불완전성을 표현했다. 일관성과 변덕스러움, 개방성과 완고함은 단 하나의 진리가 가진 두 얼굴이다. 그 진리란 외재적 관계의 절대적 필요, 다시 말해 타자 없는 세계의 사고 불가능성(Deleuze 1969)이다. - 101쪽 인디오에 대한 무자비한 전쟁을 통해 침략자의 신학-정치적 장치는 마침내 인디오 전쟁을 길들일 수 있었고, 사회적 목적의 특성을 제거하여 침략자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매체로 변형시켰다. 요컨대 투피남바 족은 전쟁에서 패배했고, 또 전쟁을 잃었다. - 109쪽 식인은 사교성의 완전한 결여가 아니라 사교성의 과잉을 표현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식인의 중단은 어떤 의미에서 투피남바 사회의 근본적인 차원의 상실을 뜻할 것이다. 근본적인 차원이란 적과의 ‘동일화’, 말하자면 근본적인 변성(alteration)의 조건으로서 ‘타자’를 통한 자기규정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식인이 상대적으로 쉽게 포기된 것이 실은 유럽인의 도래에 의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식인은 오로지 혹은 주로 유럽인이 식인을 혐오하고 탄압했기 때문에 포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인이 투피 사회에서 적의 위치와 기능을 점하게 되었기 때문에 포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139쪽 아라웨테 족은 16세기 투피 족의 식인적 사회학으로부터 자그마치 식인적인 종말론을 개발했다. 적들은 신들로 탈바꿈했다. 아니, 오히려 우리 인간은 이제 적의 자리를 차지하고서 죽음을 통해 우리의 적/인척인 신들로 변신하기를 희망한다. 마이란 어떤 면에서 옛 투피남바가 신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투피 족의 변덕스러운 혼은 아직도 식인주의라는 문제와 연루되어있다. - 141쪽 차례 감사의 글 1부 16세기 브라질에서 불신앙의 문제 종교체계로서의 문화 지옥과 영광에 대하여 낙원에 있는 구분 믿음의 어려움에 관하여 2부 투피남바는 어떻게 전쟁에 패했는가? 시간을 이야기하다 오래된 법 기억의 즙 완강한 식인자들 변덕스러움을 예찬하며 미주 대담 ‘엑스트라 모던’의 형이상학 옮긴이 후기 아마존에서 퍼 올린 21세기의 인간학 참고문헌 찾아보기 보도자료 다운 받기


